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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ed

로쉬 하샤나 상차림

오늘날 유대교가 번성하는 증거는 진화하는 명절 상차림으로 확인된다. 생존에 급급할 때 나오기 힘든 장식들이 상차림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올해가 그 최고봉이었다. 

 

세속인들은 이 정도가 정석이다. 세데르(식사 순서)에서 사과를 꿀에 찍어 먹는 게 "샤나 토바 우메투카"שנה טובה ומתוק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꿀처럼 달디단 새해를 맞으라는 인사말이다. 인원이 많든 적든 보기 좋으라고 꿀을 많이 따라두는데, 식사 끝나고 저걸 다 버린다. 최근 유행은 벌이다. 식탁에 벌이 날아다니게 장식한다. 

 

전통적인 종교인 가정에서는 아버지가 상징들을 설명하는 순서를 갖기 때문에 이 정도까지 차려야 한다. 생선 대가리 때문에 매번 질겁하게 된다. 

 

로쉬 호데쉬, 매달 초하루 기도문이다. 이렇게 시작한다. יהי רצון מלפני אבינו שבשמים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에게 뜻이 있으리. 

주기도문과 너무 닮아 있는 이 기도문은 기원이 모호하다. 탈무드에도 안 나오고, 람밤이나 아로흐 하슐한 같은 유대교 예전에도 안 나온다. 그래서 이 기도문 원조가 주기도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예수님이 유대인인데 그게 말이 되나. 내 생각에는 중세를 통과할 때 기독교 영향을 지우기 위해 삭제됐다가 복구된 것 같다. 아슈케나짐의 기도문이기 때문이다. 

일년의 머리, 로쉬 하샤나에 이 기도문은 장식된 과일과 야채의 의미를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명사형인 과일과 야채를 동사형으로 워드플레이하는 방식이다. 

 

각각의 의미는 이렇다.

  • 타마르תמר (종려나무 열매): 우리 적들이 멸망하기יתמו를
  • 리몬רימון (석류): 우리의 기억이 석류처럼 번성하기ירבו כרימון를. 종교인들은 기억 대신에 계명을 집어넣는다. 
  • 타푸아흐 비드바쉬 (꿀 바른 사과): 선하고 달콤한 새해가 우리에게 새롭게 되기를
  • 루비야רוביה 혹은 슈잇트 (콩 혹은 강낭콩): 우리의 기억이 루비야처럼 번성하기ירבו를.  
  • 크레샤 혹은 카라티כרתי (leek): 우리의 적들과 우리를 미워하는 자들과 우리를 해하려고 도모하는 자들이 멸망하기יכרתו를.
  • 카라קרא 혹은 들라아트 (호박), 게젤 (당근): 악한 계략גזר דיננו이 찢기고יקרע 우리의 기억들이 당신 앞에서 읽히기를יקראו. 
  • 셀렉크סלק (beet): 우리의 적과 사탄들이 쫒겨나기יסתלקו를. 
  • 로쉬 다그ראש דג (생선 대가리): 머리가 될지언정 꼬리가 되지 않기를. 생선처럼 생육하고 번성한다는 의미도 있다.

 

끝내주게 살림 잘하는 에쉐트 하일들이 올해도 기가 막힌 상차림으로 유대교 로쉬 하샤나 상차림 해시태그를 석권했다. 로쉬 하샤나는 공식적으로 세 끼를 차리게 되어 있다. 테이블보에서 냅킨까지 다 다르게 하는데, 그러면서도 달콤한 이미지를 색다르게 전달해야 한다. 최선은 일회용 테이블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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