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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비 안젤라 북달

 

다가오는 9월 22일 금요일 오전, 이스라엘 총리 네탄야후는 UN 총회에서 연설한다. 유엔 본부 밖에서는 노벨상 수상자인 다니엘 카흐네만과 맨하튼 Central Synagogue의 랍비 안젤라 북달이 이끄는 반대 시위가 예고됐다. 북달 랍비는 로쉬 하샤나 설교에서 미국 유대인들을 향해 네탄야후 반대 시위에 나서라고 선명하게 촉구했다. 중동에서 유일하게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보존하도록 돕는 것이 유대 민족을 소중히 여기는 증거라고 말한 것이다. 하잔이기도 한 안젤라 북달의 수준 높은 챈트와 함께 이번 시위가 이스라엘 반정부 시위 가운데 변곡점이 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개혁파 유대교에서 가장 큰 회당의 Senior Rabbi 안젤라 북달은 자주 정치적 아젠다를 언급하는 편이지만, 이번처럼 직설적으로 미국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유대인의 어느 한 편에 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처음이다. 아직 금요일이 되지 않아 모르겠지만, 아마도 유대교 내부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개혁파에 불편해 하는 이스라엘의 정통파 내지 초정통파 랍비들과 미국 내 개혁파 사이의 전면전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네탄야후 총리가 샌프란시스코로 떠나며 자신을 반대하기 위해 모인 시위대에 심기가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이들의 행위는 이란이나 PLO나 마찬가지라고까지 했다. 다음달 라빈 총리 추모식도 참석하지 않을 모양이다. 네탄야후는 오랫동안 유엔에서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대사를 지냈고, 미국 유대인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롤모델이었다(MIT 출신이다). 은근 엘리트 의식 쩔기 때문에, 미국 유대인들이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는 사실에 크게 상심할 것이다. 텔아비브에 모여 네탄야후가 싫어 죽겠다는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알다가도 모르겠고, 아무튼 이 사태에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는 안젤라 북달 랍비가 흥미롭게 느껴진다. 잘 알려진 대로, 북달 랍비의 어머니가 한국인이다. 그래서 미국인이자 유대인인 만큼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왜 종교 사회가 모계를 중시하는지 여기서도 드러난다. 어머니의 역할은 자녀에게 결정적이다. 단지 큰 회당 성공한 랍비여서가 아니라, 다문화 배경을 지닌 인물들이 한국 사회의 향방에 더 나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유대교는 한 종교지만 다양한 지향점들을 갖고 있는 만큼, 특정 이념이 한국에서 기괴한 뿌리를 내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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