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니는 말했어. 솔로몬의 패스가 완벽했다고.
'마노르'는 히브리 이름으로도 희귀한 편이다. 그의 부모는 모두 골란고원에 위치한 오할로 칼리지에서 피트니스를 공부했는데, 이스라엘이 (당시) 유일하게 잘했던 해양 스포츠에 영감을 받았는지 범선의 돛을 지탱하는 지지대מנור 이름으로 장남을 명명한다. 딸은 미리트, 막내 아들은 모란이다. M자 항렬ㅋ이다.
1999년생 마노르가 축구의 사막과도 같은 나라 이스라엘에서 오아시스가 되리라는 건 대략 마카비 페타흐티크바에서 뛰고 있던 2017년부터 예고됐는데, 나는 보는 눈이 없어서 그런지 설마 했었다. 키가 170밖에 안 되잖아. 메시도 작다고? 메시는 세상에서 한 명뿐이야. 마노르 별명이 이스라엘 메시란다. 잠깐, 마노르는 이스라엘 청년으로 3년 군대 예약이다. 일단 제대하고 다시 보자고.
여기서 이스라엘 축구협회 회장이자 마카비 페타흐티크바의 구단주 아비 루존이 등장한다. 매사에 특이하게 수완을 발휘하는 인물이다. 일단 리버풀이니 아스널이니 현찰동원력 떨어지는 클럽들이 나가떨어지고 우크라이나의 챔피언이 나선다. 600만 유로. 샤흐타르 도네츠크는 왜 저렇게 돈이 많을까. 재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은 18살짜리에게 600만 유로를 지불할 만큼 축구를 사랑한다고? 절대로 돈 세탁 같은 건 아닐 거야. 아니겠지. 아니라고 했다.
솔로몬은 2017년 12월 입대해 1년 넘게 복무했고 (뭘 한 건 없다. outstanding athlete로 복무했기 때문에 구단에서 하던 대로 공차고 경기 뛰었다), 샤흐타르로 이적을 위해 해외 엘리트 스포츠 선수로 복무를 마칠 수 있게 해달라고 IDF에 탄원했다. 여기서 국제 스포츠 법률 전문가 에프라임 바락 법률 회사가 개입한다. 우크라이나에게 솔로몬의 군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대책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솔로몬은 휴가 기간이나 국가 대표팀 차출 등으로 이스라엘로 돌아올 때 남은 복무를 마치기로 한다. IDF는 이렇게까지 무르익은 계약을 원칙을 내세워 초치지 못했다. 이 나라는 어쨌든 헌법이 없고, 개인이 자기 인생에 최선을 행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군복무 대신 축구하러 해외 가는 데 부정적이긴 해도, 죽어라고 트집 잡아 그 일을 망치려고 애쓰지 않았다. 넌 군대가 무슨 의미인지 몰라, 하지만 너 정도의 재능이 있으면서 일 년에 6000셰켈(지금은 좀 올랐다) 벌면 안 되지, 잘해봐.
솔로몬은 우크라이나에서 1년도 못 뛰고 코로나로 묶였고 그 다음엔 러시아 전쟁 때문에 탈출해야 했다. 그럼 그렇지. 인생 꼬이는 루트였네. 설레발도 잠시 전쟁 덕분에 풀럼으로 임대를 가서 대박을 터트린다. 토트넘과 사인할 때 계약 기간 끝난 샤흐타르가 뭐라고 한마디 했지만, 솔로몬의 계약서는 흠잡을 데 없었다. 누가 봐도 손해 같아 보이는데, 샤흐타르는 올해는 하포엘 텔아비브의 스타브 렘킨을 데려갔다. 혹시 이들의 목적은 축구가 아닌가?
17살부터 함께 하고 있는 다나 부쉬치나. 다나가 군복무하는 2년 간 장거리 연애를 했고 우크라이나에서부터 같이 살고 있다. 다나는 Open University, 우리 식의 방통대에서 공부하며 스포츠 미디어에 입문하려고 노력중이란다. 인스타 같은 데서 자기 전시 하는 대신 남친 찍어서 스포츠 채널에 제공하고 있다. 현명한 건가?
바이에른 18번 벤치 예약 다니엘 페레츠. 니들 친구라며?!
솔로몬이 18살부터 해외 간다고 난리 친 데 비해, 한 살 어린 다니엘 페레츠는 조용히 엘리트 코스 밟다가 바로 뮌헨행이다. 일단 독일 여권이 있으니까. 근데 이번 여름 새로 사귄 여친이 노아 키렐이다. 그닥 야망이 없나? 노이어 있는 데 가서 뭘 하겠다는 건지. 시간 많아서 연애는 잘 하겠다.
이번주 9월 9일 이스라엘은 루마니아와 2024 유럽피언 챔피언십으로 가기 위한 경기를 치른다. 부쿠레슈티에서다. 11월 18일은 하이파 새미 오페르 구장이다. 보시다시피 루마니아와 두 경기가 운명을 가늠할 예정이라 솔로몬도 페레츠도 차출이 불가피하다. 이 마당에 토트넘의 모처럼 선전이 반갑기도 하겠지. 그렇다고 쏘니의 해트트릭보다 솔로몬의 두 어시를 대서특필한다. 10여 년 동안 에란 자하비가 이끌던 이스라엘 대표팀의 포스터는 마노르 솔로몬으로 완전히 판갈이 됐다. 베나윤하고만 잘 지내면 되는데.
사진촬영이 시급하다. 주니어 팀에서 올라오는 신입 선수가 다섯 명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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