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초막절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이 예루살렘에 올라와 행진을 벌인다. 스가랴 14장을 성취하기 위해서다. 대개 개신교인들인데 christian zionist로서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명하곤 한다.
이 행사를 진행하는 주최측이 International Christian Embassy of Jerusalem, ICEJ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예루살렘을 자신들의 수도로 선포한 1980년에 만들어진 조직으로, 기독교를 표방하는 조직으로서는 아마 이스라엘 정부와 가장 가까운 사이일 것이다. 이들이 초막절 홀 하모에드에 '이스라엘의 밤' 행사를 갖는데, 하레딤들이 몰려와 시위를 벌였다.
이날 이스라엘 대통령은 영상으로 종교의 자유를 다짐했고, 욤키푸르 전쟁 영웅 아빅도르 카할라니, 홀로코스트 생존자, 우크라이나 유대인 난민이 차례로 연설했다. 독일, 피지, 이란, 필리핀에서 온 기독교 순례자들이 공연을 했다. 피지와 텔아비브 간 사상 최초 직항까지 열려 수백 명의 순례자들이 도착했다.
길라 가믈리엘 정보부 장관과 ICEJ의 지도자들. 메노라 선명하다.
올해 초막절에도 하레딤은 그들다운 태도를 보여주었다. 예루살렘 성벽의 문들을 도는 행진을 하다가, 십자가를 들고 비아 돌로로사를 지나는 기독교 순례자들에게 침을 뱉은 것이다. 이 행진의 주최측이 네티봇 하하마 예쉬바인데, 수장인 나탄 로트만의 동생이 현 국회 법제위원장 심하 로트만이다. 15년 전 100명으로 출발한 예쉬바가 현재 천 명이 넘도록 성장한 배후가 참 궁금하다. 한편 다음날에도 하레딤이 기독교 상인에게 침을 뱉었는데, 유럽이나 미주에서 온 코카서스 인종한테 침 뱉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타종교 모욕은 인종차별이 디폴트다. 침 뱉어도 되는 사람들이 있다고 믿는 미성년자들이 이 나라에서 자라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 네탄야후가 부지런히 트윗한다.
“이스라엘은 모든 신앙의 성지 순례와 예배의 신성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전적으로 헌신하고 있습니다. 나는 예배자들을 위협하려는 모든 시도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에 대해 즉각적이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신앙인들에 대한 경멸적인 행위는 신성 모독이며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입니다. 예배에 참여하는 개인에 대한 어떤 형태의 적개심도 용납되지 않을 것입니다. ”
행동이 따르지 않는 정치가의 말은 믿을 이유가 없다. 다행히 예루살렘 경찰이 얼굴도 선명히 찍힌 영상을 토대로 수사를 벌여 다섯 명을 체포했다. 올드시티의 수많은 카메라에 빈틈이 없다는 것도 확인됐다. 다만 형을 지지해 행진에 참석한 심하 로트만은 경찰 행동이 지나치다고 비난했다. 원래 사람은 자기 눈 속에 티를 못 보는 법이다.
심하 로트만의 절친인 벤 그비르는 2017년 수도원에 침 뱉다가 체포된 미성년자들을 변호하는 일을 맡았었는데 당시 이렇게 말했다. “수도원이나 신부 옆을 지나가며 침을 뱉는 행위에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사실 이렇게 침을 뱉는 행위는 고대 유대의 풍습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것이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사고를 하는 인물이 현재 치안 장관인데 이런 행위가 멈추겠나.
초막절은 말방울에게까지 "하나님께 성결"이라고 기록되는 날이다 (슥 14:20). 모두가 거룩해지기 때문이다. 그 거룩에 대한 종교적 자부심으로 예루살렘 성벽을 행진했을 것이다. 그 도상에서 타종교에 대한 조롱으로 침을 뱉었는데, 이게 왜 안 부끄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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