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콧סוכות, 초막절이 되었다. 유대력의 시작에 가까운 이 명절이 내게는 무척 초조함을 안겨준다. 숙콧 8일 후면 지옥이 펼쳐질 걸 알기 때문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비가 내리고 겨울이 깊어지는 동안 단 하루의 휴일도 없다. 다음 해 3월 말에 돌아오는 유월절까지 공식적으로 없다. 그러니까 끊임없이 혹사되는 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알아서 쉬어야 하는데 그게 엄청난 눈치게임이다. 나는 달력에 빨간 줄을 긋는 것으로 2024-2025년을 미리 헤아린다. 쉬기로 한 때 반드시 쉴 수 있도록 초장부터 세게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일 년을 벌써 다 산 기분이다. 외노자의 삶이란, 참 쓸데없는 이유로 비장하다.
초막절을 앞두고 욥바에 갔다가 이분을 만났다. 우리를 불러세워 어디에서 왔냐고 확인하더니 자신을 '우리 겔라'라고 소개했다. 나참 그래서요, 할 뻔했다.
팔에 새긴 수저를 보여준다. 숟가락 구부리는 기술을 자랑하던 그분이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런 일에 관심 둘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왜 하필 숟가락을 구부리나 생각하긴 했다. 근데 이스라엘 사람이었다고?
어떻게 그의 유대인 배경을 모를 수가 있지? 우리나라 매체가 이분을 '유리 겔라'로 부르니 러시아 출신인 줄 알았다. 뭔가 그쪽 아우라다. K,G,,?
1946년 12월 텔아비브 태생이다. 이스라엘 국가가 세워지기도 전인 영국 통치 때다. 10대 때 사이프러스로 이주하긴 했지만 이스라엘 공수부대원 צנחנים으로 1967년 전쟁에 참전해 부상까지 입었다. 아무튼 이분이 여기 있는 이유는 욥바에 자기 이름으로 된 박물관을 열었기 때문이다. 마잘 아리에(=사자 자리) 스트리트 7번지다. 저길 가게 되는 날이 올까.
2023년 초막절 첫날, 샤밧 안식일이기도 한 저녁 텔아비브 공항에 왔다. 여기도 초막סוכה이 섰다. 다들 세트로 주문했는지, 공공 기관들은 다 같은 디자인이다.
공항이 원래 이렇게 휘황찬란했나.
메이르 트로스만의 조각품들이다. 이스라엘 도시 풍경의 일부가 된 מר-קו 시리즈 중 일부인데 벤구리온 공항에 이렇게나 많다. 라브 카브가 이스라엘 교통 카드 이름인데, 작가의 이름을 따서 마르 카브라 명명했다. 어디나 갈 수 있는 것처럼 어떤 자세도 취할 수 있다는 의미 같다. 인간 포즈의 미니멀리즘이라고 할 만하다. 그냥 기분좋아지는 경쾌함이다. 진짜 사람한테는 쉽게 지쳐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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