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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ed

2023 초막절

숙콧סוכות, 초막절이 되었다. 유대력의 시작에 가까운 이 명절이 내게는 무척 초조함을 안겨준다. 숙콧 8일 후면 지옥이 펼쳐질 걸 알기 때문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비가 내리고 겨울이 깊어지는 동안 단 하루의 휴일도 없다. 다음 해 3월 말에 돌아오는 유월절까지 공식적으로 없다. 그러니까 끊임없이 혹사되는 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알아서 쉬어야 하는데 그게 엄청난 눈치게임이다. 나는 달력에 빨간 줄을 긋는 것으로 2024-2025년을 미리 헤아린다. 쉬기로 한 때 반드시 쉴 수 있도록 초장부터 세게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일 년을 벌써 다 산 기분이다.  외노자의 삶이란, 참 쓸데없는 이유로 비장하다. 

 

초막절을 앞두고 욥바에 갔다가 이분을 만났다. 우리를 불러세워 어디에서 왔냐고 확인하더니 자신을 '우리 겔라'라고 소개했다. 나참 그래서요, 할 뻔했다. 

팔에 새긴 수저를 보여준다. 숟가락 구부리는 기술을 자랑하던 그분이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런 일에 관심 둘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왜 하필 숟가락을 구부리나 생각하긴 했다. 근데 이스라엘 사람이었다고?

어떻게 그의 유대인 배경을 모를 수가 있지? 우리나라 매체가 이분을 '유리 겔라'로 부르니 러시아 출신인 줄 알았다. 뭔가 그쪽 아우라다. K,G,,?

1946년 12월 텔아비브 태생이다. 이스라엘 국가가 세워지기도 전인 영국 통치 때다. 10대 때 사이프러스로 이주하긴 했지만 이스라엘 공수부대원 צנחנים으로 1967년 전쟁에 참전해 부상까지 입었다. 아무튼 이분이 여기 있는 이유는 욥바에 자기 이름으로 된 박물관을 열었기 때문이다. 마잘 아리에(=사자 자리) 스트리트 7번지다. 저길 가게 되는 날이 올까.

 

2023년 초막절 첫날, 샤밧 안식일이기도 한 저녁 텔아비브 공항에 왔다. 여기도 초막סוכה이 섰다. 다들 세트로 주문했는지, 공공 기관들은 다 같은 디자인이다.

공항이 원래 이렇게 휘황찬란했나. 

 

메이르 트로스만의 조각품들이다. 이스라엘 도시 풍경의 일부가 된 מר-קו 시리즈 중 일부인데 벤구리온 공항에 이렇게나 많다. 라브 카브가 이스라엘 교통 카드 이름인데, 작가의 이름을 따서 마르 카브라 명명했다. 어디나 갈 수 있는 것처럼 어떤 자세도 취할 수 있다는 의미 같다. 인간 포즈의 미니멀리즘이라고 할 만하다. 그냥 기분좋아지는 경쾌함이다. 진짜 사람한테는 쉽게 지쳐서 그런가. 

 

 

 

초막절, 동네 수카 구경

초막절을 앞두고 수카를 세우느라 분주한 동네를 산책한다. 종교인 동네를 자진해서 찾는 유일한 날이다. 올해는 유난히 무난하다. 휴일이 길어서 모든 준비가 여유롭기 때문이다. 그래도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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