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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la, 새들의 긴 여로

히브리 성경에 메롬 물가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훌라 계곡. 1951년 KKL, 카칼이라고 하는 이스라엘 자연보호단체는 훌라 호수를 메워 농지로 개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스라엘 역사상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환경 프로젝트였다. 말라리아 서식지를 제거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자연 늪을 제거하자 요르단에서 흘러나오는 유일한 수원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결국 물이 모이도록 인공 호수를 만들게 됐는데, 그게 연간 5억 마리 이상 철새들의 겨울나기를 유치하게 된 계기였다. 매년 10월 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 훌라 계곡에는 히브리어로 아구르, 영어로 크레인, 우리말로 두루미라 불리는 새들이 둥지를 튼다. 철새들이 농작물을 초토화시키는 걸 막기 위해 카칼은 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고, 그것은 미묘한 방식으로 자연 질서를 깨뜨렸다. 지난해 훌라 계곡은 조류독감이 번지며 아구르의 무덤을 이루었다. 혹자는 그러므로 관광을 목적으로 자연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전달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질서가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은 동터 오는 새벽 아구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그들이 이동해온 먼 길을 떠올린다. 갈리 아트리의 노래 'דרל ארוכה' 긴 여로가 연상되는 이유이다. 

 

דרך ארוכה
אני כעוף בנדודיו
אני כרוח חרש
ימים עוברת
שרה לה מסתיו אל סתיו

기나긴 여로, 나는 거기 헤매는 새와 같지, 나는 귀가 먼 영혼,

여러 날이 지나 가을에서 다음 가을까지 노래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