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멜 산자락에 있는 엔 호드는 11세기 살라딘 시대 군사령관 Al Hija가 세운 여러 마을들 중 하나이다. 유서 깊은 무슬림 지역이란 뜻이다. 이 정도면 1948년 전쟁 때 마을 전체가 이스라엘로 편입될 수도 있었을 텐데, 갈릴리 지역에서 있었던 IDF의 군사 정책은 도무지 무슨 원칙에 근거한 건지 종잡을 수 없다. 어쨌든 1948년 7월 중순 Ayn Hawd에 살던 아랍인들은 쫓겨났고 마을 이름은 Ein Hod로 바뀌어 유대인의 모샤브가 되었다. 그리고 1953년 예술가들을 위한 마을이 된다. 다다이즘의 거장 마르셀 얀코 덕분이다.
엔 호드에는 마르셀 얀코의 박물관이 있다. 부카레스트 출신으로 1941년 나치를 피해 에레츠이스라엘로 건너와서 엔 호드에 자리잡았다.
너무 좋았다. 같이 간 친구와 이 작품이 다윗인지 삼손인지 약간 실갱이를 벌였다. 먼지인지 피땀인지, 다툼의 흔적으로 처리된 고대 히브리어 문자가 기발하다. 사자의 입을 벌리고 꿀을 꺼내는 장면을 묘사한 듯하다. 그 사자는 죽은 사자이긴 하지만. 얀코의 성경을 모티브로 한 작품은 이스라엘 출판계에서 많이 발견된다.
이미 생을 달리한 거장의 공간은 젊은 예술가들의 활기찬 모험의 장소로 변해 있다.
생각해보니 엔 호드를 방문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2021년 5월 26일, 히브리대학 고고학과 에일랏 마자르 교수가 돌아가셨다. 엔 호드와 나란히 있는 니르 에찌온 묘지에 묻히셨다. 먼저 돌아가신 남편 야이르 샤함(ז''ל)의 옆자리였다. 장례식의 분위기는 마치, 전사를 잃은 IDF의 예식 같다고 해야 하나? 그분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지만, 너무 아깝고 아쉬운 상실인 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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