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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0 One Day

다시 웃고 떠들며 즐거워할 날이 올까. 오랜만에 샤밧 아침이 화창했지만, 아무런 의욕도 나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을 하고, 방문해야 할 곳을 찾고, 친구들을 만났다. 그런데 도무지 뭔가가 기껍지 않다. 흥이라고 해야 하나, 삶의 기쁨이라고 해야 하나. 필사적으로 서로의 슬픔을 들키지 않기 위해 너무 많은 애를 쓰게 된다. 샤밧에 더 지치는 이유가 이거인 것 같기도. 우리나라를 위시해 오늘 새해 첫 날로 지킨 나라들이 있다. 새 희망, 새 포부 같은 걸 물씬 강요하겠지. 그런 건 없는 건데도. 맥락없이 징징대는 일도 그만 해야겠지.

 

넷플릭스가 장한 일을 했다. 앤 헤서웨이로 도무지 커버가 되지 않던 엠마 몰리를 만나게 됐다. 엠마가 백인 여성이 아닌 건 여전히 의아한 대목이지만 뭐, 그거야 그쪽 분들이 알아서 하시고. 죽음의 우연성에 대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이제 깨달은 것 같기도. 그래도 여전히, 참혹한 살해를 받아들여야 하는 남은 자에 대한 연민을 멈출 수 없다. 주후 9세기 윈체스터 주교였던 스위딘이란 분 때문에라도 7월 15일은 확실히 기억에 남는 날이 됐다. 로맨틱 장르의 영화에 기댈 수는 없지만, 이 나라에서 반복되는 One day가 부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기를.  

 

이스라엘이 라파흐 전투를 밀어부치고 있다. 하마스 지도부를 처단하고 그 과정에서 인질들을 희생시켜도 별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 의미를 생각할수록 끔찍하다. 한 달이면 족할 테니 미국과 사이가 영 틀어지지도 않을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인질 가족들은 모쩨이 샤밧 늦은 시간까지 아얄론 고속도로를 막고 거센 시위를 이어갔다. 장기간의 시위에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도시마다 산발적으로 시위가 있었다. 사람들은 지쳤다.  

 

이번주 최대 현안은 UNRWA 가자 본부 건물 지하를 통과하는 하마스의 데이터 센터 터널이 드러난 것이다.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의 심문을 통해 나온 정보가 토대였단다. UNRWA 사무총장  Philippe Lazzarini가 구차한 변명을 길게 트윗했다. 자기들은 정말 몰랐고, 전쟁이 시작된 4개월 전에 유엔 직원들은 저 건물을 떠났다는 것이다. 저런 터널을 파려면 4개월보다 더 걸린다는 것쯤 나도 알겠는데. 전쟁 이후의 상황을 위해서라도 가자 지구에서 UNRWA와 하마스의 연합 관계는 제거돼야 한다. 하루에 수백 대의 트럭이 인도주의 지원 물품을 실어나르지만 60퍼센트 이상이 증발돼 하마스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믿어진다. 애초에 국제기구들이 제역할을 제대로 했으면 75년 간 난민으로 살지도 못한다. 원조 물품을 제공하는 길은 얼마든지 투명해질 수 있다. 아직도 UNRWA에 지원금을 못 끊겠다는 캐나다는 어떻게 나올지.  

 

 

하지만 모든 사건은 인질들의 안전으로 회귀된다. 하마스가 석방을 요구하고 있는 테러리스트 Ahmad Saadat에게 암살된 르하밤 제에브의 딸이 사다트의 석방으로 인질이 구출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이 의견이 사다트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지난 목요일 예루살렘에서 수천 명이 모여 전쟁을 계속하고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는 시위가 벌어진 것과 관련 있을 것이다. 

 

무디스가 이스라엘 신용 등급을 negative로 하향 조정했다. 이스라엘의 공공 재정이 악화되고 있고 전쟁으로 인해 부채 부담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헤즈볼라와의 확전 위험이 여전히 미래 전망 역시 낮아졌다는 평가다. 틀린 말 하나 없는 것 같은데 총리는 안식일인데도 뉴스에 나와 이스라엘 경제가 튼튼하다고 장담한다. 장담하는 정치꾼들의 말이 뻥이 아닌 적이 있던가. 네탄야후의 퇴진과 인질 협상을 요구하는 전국 규모의 시위가 준비되고 있다. 점점 내전의 조짐까지 보인다.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하는 심정을 이들도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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