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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1 예루살렘

아무리 기독교가 외면당해도 예루살렘에서 이처럼 철저히 부활절이 무시된 적은 없었다. 물론 종교 행위는 믿는 사람들이 알아서 하면 된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종교 이벤트마다 나라가 휘청거리는 처지지만. 3월의 마지막날, 이스라엘은 heat wave로 벌써 더웠다. 

헤르쩰리아 대사관에 가서 부재자 투표를 했다. 투표소에 기표할 수 있는 마크만 있고 펜이 없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선거용지에 낙서하지 못하게 막는 게 아닐까. 투표용지에 멍멍 개XX라고 쓰면 딱이겠던데. 시간이 남아 헤르쩰리아 시내에 있는 엘리 코헨 박물관을 찾았다. 아사드 아버지 대통령의 쿠데타 이전 시리아를 휘저은 전설의 모사드 스파이다. 시리아는 엘리 코헨의 시신을 내주지 않기 위해 매장 장소마저 숨기고 있다.  

 

예상대로 닫혀 있다. 욤리숀은 열지도 않는다. 방문하고 싶으면 미리 예약하란다. 이런 한갓진 박물관이나 지킬 인력이 있을 리가 있나. 전쟁이 일어난지 177일째지만 여전히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걸 이런 곳에서 느낀다. 박물관 앞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할머니들이 모여 정치 얘기를 하고 있다. 

 

3월의 마지막날, 이스라엘 정치는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 지난 6월 유효기간을 넘긴 하레딤 징병법의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어제밤 시위에 이어 수만 명의 사람들이 예루살렘으로 모여들었다. 즉각적인 선거를 요구하고, 하레딤 징병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남의 종교 창시자가 부활했거나 말거나 관심을 둘 계제가 아니긴 하다. 

 

4일 연속 시위를 할 거라 국회 앞에 텐트를 치고 주무신단다. 

 

법적으로 하레딤의 징병을 강제로 시행해야 할 상황이다. 하레딤 예쉬바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생활보조금이 중단된다. 먹을 게 떨어진 사람들이 얼마나 신속히 신념을 저버릴지 하레딤 지도자들은 두려울 것이다. 대법원 결정은 토라를 위해 수고하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오점과 치욕이라고, 종교당 지도자가 말했다. 유대인 국가에서 토라 연구에 대한 전례 없는 학대라고도 했다. 세속인들에게 전쟁의 문제를 담당하라는 저들의 당당한 태도는 어이가 없을 정도다. 하레딤을 기생충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당사자들은 그게 기생이 아니라 거룩한 일에 헌신한 자의 특권이란다.   

 

네타냐후 총리는 나라가 이꼴인데 저녁 늦게 하다사 병원에 입원해 탈장 수술을 받았다. 전신 마취를 받기 때문에 총리직은 법무부 장관 야리브 레빈으로 잠시 교체됐다. 아픈 사람이 나으려고 애쓰는 행위를 조롱하는 건 잔인한 짓이지만, 알다시피 탈장 수술은 사활이 걸린 게 아니라 날짜를 조정하는 게 가능하다. 토요일 저녁 발견해서 다음날 수술을 했다. 작년에는 '일시적 심장마비'를 겪고 심박조율기를 장착하는 수술도 받았다. 모두 비밀리에.


이스라엘에서 총리는 연례 건강 보고서를 공개하라는 프로토콜이 있다. 법을 잘 안 지키는 걸로 유명한 네타냐후 총리는 2016년부터 2023년 말까지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프로토콜은 법에 명시되지 않기 때문에 공개를 안 하는 총리가 정보를 공개하라고 법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다. 그래서 네타냐후 총리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공개하라는 프로토콜에 따르도록 요구하는 청원서가 최고법원에 제출됐다. 네탄야후 총리는 무슨 부귀영화를 보자고 건강 상태까지 숨겨가며 저 자리를 유지하려는 걸까. 죽는 게 안 무서운 걸 보면, 죽는 것보다 더 무서운 짓을 저지른 건지도. 

 

IDF가 쉬파 병원에서 작전을 마치고 후퇴했다. 아침부터 간 야브네에서 테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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