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 650명을 선출하는 선거가 7월 4일 열린다. 갑자기?
지난 5월 22일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한달 반 후에 선거를 치르겠다고 비맞으며 연설하는 수낵 총리.
어차피 질 거, 여름 휴가나 일찍 갈 생각인가? 토리당 내부의 반이슬람 정서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동당이 14년 만에 토리를 압도하며 역사적인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토리당의 인기없는 수상들이 수상할 만큼 질기게 연명한 이유는 노동당의 협조 탓도 있다. 토니 블레어의 절정의 인기가 덧없이 잊혀지고 나서, 고든 브라운이 얼마나 맥없이 사퇴했는가. 느닷없는 제레미 콜빈의 극좌파 헛발질은 얼마나 어리둥절했나. 그나마 정상적인 인물이 당을 맡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린 것이다. 우리나라 진보 정당의 한심함은 유일무이한 게 아니다. 요즘은 진보 정당이랄 것도 없지만. 아무튼 노동당 당수 키어 스타머는 영국 같은 나라에서 노동당이 가져야 하는 바람직한 스탠스가 뭔지 유감없이 선보이고 있다.
어떻게 마련한 기회인데, 노동당의 역사적인 승리에 방해가 될 일이 있으면 안 되는데. 놀랍게도 선거를 3주 앞둔 영국 노동당의 근심걱정은 가자 전쟁이다. 노동당의 주요 지지세력인 무슬림들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키어 스타머 당수에게 분노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슬림 공동체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선거구는 대략 13석이다. 유권자 중 무슬림이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선거구다. 최근 설문 조사 결과, 가자 전쟁이 영국 무슬림 유권자의 44%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란다. 이스라엘에 대한 노동당의 태도에 항의해 당에 등을 돌릴지도 모르는 무슬림 인구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영국 의원 선거를 대외정책이 이토록 좌지우지해도 될까. 아니, 그럼 영국 무슬림이 토리당을 지지할 건가?
토리당의 큰 패배도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특이하기 때문에 불안하다. 약 2주 전에 발표된 설문조사에서 노동당이 하원 의석 650석 중 422석을 차지할 거란다. 토리당은 140석으로 추락할 거란다. 지난 2019년 선거에서 노동당은 202석, 보수당은 365석이었다.
선거에서 이 악마를 때려잡자?
영국인들은 수낵 현 총리를 실각시킬 수 있다면 허수아비라도 당선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 수낵 총리의 인종적 배경과는 상관이 없다니 굳이 의심하진 않겠다. 현재 여론조사로는 20퍼센트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노동당이 아무리 큰 실수를 해도 전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노동당 대승 원인이 수상이 될 키어 스타머의 인기와 상관없는 것은 불안하다. 뭐, 노동당 당수가 전부 블레어 같아야 하는 건 아니니까. 스타머는 극좌파 진영이지만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해 왔고, 하마스 전쟁을 멈춰야 한다면 인질들의 생환을 반드시 휴전 조건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내 무슬림을 포함한 급진파 인사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최근에 강경한 입장을 취소했다. 지난 5월 영국 지방선거에서 하마스를 지지하는 인물들이 대거 의회로 진출했다. 또 2월 로치데일 보궐선거에서 극좌파이자 반이스라엘 인사 조지 갤러웨이가 승리하기도 했다.
영국의 유대인들은 아직 크게 동요하는 것 같지 않다. 반유대주의가 새삼스럽지도 않다. 어쩌면 이번 선거는 역으로 영국의 이슬람포비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지표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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