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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건축 양식

어쩌다 질문이 나왔다. 로마네스크와 르네상스는 어떻게 다르지? 똑똑한 유대인들의 유일한 빈틈이라면 역시 기독교 관련해서다. 모처럼 왜 저런 것도 모르나 의아했다. 십자군이 물러나고 맘루크와 오토만이 다스리던 이스라엘 땅은 문화의 불모지였다. 유럽과 이스탄불에서 멀리 떨어진 지중해 깡촌에 뭐 볼게 있겠나. 망나니 도련님들이 유배 와서 학교를 세우기는 했다. 

맘루크 이슬람 문화의 대표 무카르나스와 분홍 벽돌 아블라크. 근데 그걸 쓰레기장으로 쓰냐.

 

이스라엘 땅에 세워진 교회들은 기독교 양식에 따라 지어졌다. 당연한 거 아닌가. 이슬람 통치 시기 교회 건축은 극도로 제약을 받았다. 모스크보다 규모가 클 수 없었고 탑처럼 하늘 향해 높이 솟아서도 안 됐다. 그게 다 이등 종교로서 기독교가 지켜야 할 선이었다. 탄압받는 처지에 보란듯이 십자가를 내세우지도 못했다. 건축은 뽐내기가 기본 요소인데 그게 안 되는 교회 건축이 인상적일 수 없다. 건물 자체가 방문할 만한 교회라면 십자군과 관련돼 있기 쉽다. 비잔틴 교회와 로마 교회로 구분된다.

 

1. Domus Ecclesiae

기독교에서 교회 건물은 Domus Ecclesiae가정교회로 시작된다. 박해받는 집단이 은밀히 모여 예배와 친교를 나누는 공간으로 집이 최적이기 때문이다. 성경 기록대로 하면 마가의 어머니 집이 그런 가정교회였다. 외형상 평범한 가정집이라면 보존할 이유가 없으니 지금도 없는 게 맞다. 현재 다락방으로 알려진 장소는 십자군들이 당시의 고고학적 지식에 따라 기념해 만든 공간이다. 천 년은 됐으니 꽤 유서 깊은 곳이지만, 조금만 생각해도 하자가 많다. 그보다는 성지를 떠나본 적 없고 성 마가를 중시하는 시리아 정교회의 주장이 더 솔깃하다. 문제는 시리아 정교회는 자금이 없어서인지 이사를 다닌다는 것이다. 올드 시티 안에서 근처로 다니기는 했다.

 

가버나훔에 가면 베드로의 집이 있다. 정확히는 장모님 댁이다. 옆에는 주후 1세기에서 10세기까지 존속했던 마을이 고고학 발굴로 드러났는데, 그 집들과 다르다. 비잔틴 시대에 베드로 집은 확장 공사를 했고 그 위에 모자이크가 있는 octagonal 형태의 교회를 세웠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머무셨고, 병을 고치신 기적의 장소이니 초대교회는 물론, 비잔틴 시대에도 중시했던 것이다.

 

*바틴칸 성베드로 성당에는 베드로의 무덤이 있고 그 위에 베르니니가 만든 발다키노가 있다. 이런 게 바로크라는 걸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바로크가 뭔데, 묻는 유대인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바로크는 이탈리아어로는 꼼꼼한 학구적인 작태이고, 스페인어로는 뒤틀린 진주다. 르네상스에 대한 도전으로 풍성함과 과장됨을 내세운다. 금박이니 몰딩이니 다 때려박았다. 아무튼 그 발다키노 앞에서 베드로 무덤이라는 증거를 구하면, 무례한 거다. 베드로의 가버나훔 집도 마찬가지 아닐까.

 

로마의 교회가 카타콤베를 통과한 것과 달리, 기독교 박해기 예루살렘의 유적은 없다. 다 탔으니까. 게다가 135년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예루살렘을 다 갈아엎고 신도시를 지었다. 자기 이름을 따서 아일리아 카피톨리나라고 명명한다. 꼼꼼한 황제는 이 도시에 자기 이름과 업적만 남겼다.        

 

2. Basilica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는 성지에 네 개의 교회를 세운다. 예수가 태어난 베들레헴에 탄생교회를,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골고다에 성묘교회를, 승천한 올리브 산에 엘리오나(올리브) 교회다. 나머지 하나는 웨스트뱅크 헤브론 라마트 알 칼릴에 있는 엘로네이 마므레, 창세기 18장 삼위일체의 현현 장소다. 엘로네이 마므레를 제외하고는 모두 11세기 십자군이 재건하고 19세기 증축을 거쳤는데, 원래 형태는 로마 건축양식인 바실리카다. 

 

바실리카는 원래 로마의 공공건물에 적용된 양식으로 교회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교 집단이 받아들였다. 헤롯이 재건한 2차 성전에서 남쪽 뜰 부분이 '스토아'인데 바로 바실리카 양식이었다. 예수님이 돈 바꾸는 상인들을 몰아내신 바로 그 장소다. 큰 기둥들이 놓여 나베와 아일이 구분되고 나르텍스가 입구 앞에 놓인다. 비마 너머로 제단이 있고 교회는 그 너머에 둥근 앱스를 두었다. 로마의 산타 사비나 성당이 전형이다.   

 

베들레헴 탄생교회는 산타 사비나 성당 내부와 아주 흡사하다. 비슷한 시기 지어졌으니까. 탄생교회는 번번히 이교도에게 털려 불타긴 했지만, 현재까지 교회로 기능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다. 산타 사비나는 교회로서 기능은 잃었지만 바실리카 양식을 보여주는 좋은 모델이다. 비잔틴 양식에서 후진, 앱스도 중요한데, 반구형 세미 돔 천정을 조개의 고동을 뜻하는 conch라고 하는데 이곳을 모자이크로 장식했다. 라벤나의 산타폴리나레 인 클라세 성당이 정석이다. 성지에서는 베이트 자말 성당과 2000년대 재건된  Dormition Abbey의 앱스가 대표적이다. 

 

3. Central Plan Church

교회는 물론 예배의 공간이지만, 기독교인의 무덤 역할이기도 하다. 로마의 주요한 건축 양식인 mausoleum의 영향을 받은 중앙 집중식 교회들이 있다. 라벤나의 산 비탈레 성당이 대표작이다.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콘스탄티노플에도 비슷한 양식의 교회를 짓는데 하기야 소피야다. 성지에서는 워낙 파괴와 재건을 반복해서 뭐가 뭔지 싶지만, 성묘교회의 로툰다와 올리브 산의 Assumption 채플을 이 양식으로 볼 수 있다. 이슬람은 690년 황금돔을 만들 때 당시 경쟁 건물인 성묘교회를 모방했기 때문에 로툰다와 거의 비슷한 양식이다. 근대에 세워진 올리브산의 막달레나 러시아 정교회도 이 양식이다. 중앙 집중식 건축의 핵심은 돔에 있는데 pendentive dome이다. 

 

 

4. Romanesque

프랑스어로 '로마 스타일'이다. 11세기 피사의 두오모(Cathethral-두오모는 돔이 아니다)가 선구자다. 인간 본연으로 돌아간 르네상스와는 다르다. 십자군이 성지에 세운 대부분의 교회가 이 형식이다. 성묘교회의 카톨리콘, 아르메니아 정교회의 마리아 무덤교회, 성 안나 교회, 다락방, 근대에 세워지는 루터파 교회 등이다.

 

 

대형 석조 건물로 큰 기둥을 받치기 위한 Barrel Vault와 transverse arch를 특징으로 한다. 프랑스 콩크의 생 포이 교회가 대표적이다.

 

5. Gothic

로마네스크가 더 웅장해지면 고딕이 된다. Gothic은 야만적인 프랑스-독일 양식에 대한 경멸적인 표현이었다. Ribbed vault와 Pointed Arch가 특징이고, 원형의 파사드는 점점 뾰족해져 삼각을 이룬다. 볼트의 급경사를 지탱하기 위해 flying buttress(버팀도리)가 놓이고, 까마득히 높은 벽면은 스테인드 글라스가 차지한다. 성지에서 고딕 양식은 (이슬람 시대에 지어질 수가 없고) 근대에 이르러 영국과 독일 개신교 교회가 함께 지은 Christ Church가 있다. 

고딕의 대명사, 프랑스 샤르트르의 노트르담. 근본이 없어 보이기도. 

 

6. Renaissance

르네상스는 피렌체다. 피에스: 미켈란젤로. 성지에서는 이탈리아 자금으로 지어진 팔복교회가 르네상스 양식이다. 같은 건축가가 예루살렘에 피렌체 팔라조 베키오를 본딴 이탈리아 병원을 짓기도 했다.   

 

1919년 완공된 건물로, 1차세계대전 적국인 이탈리아로부터 영국이 점령했다. 지금은 이스라엘 교육부가 사용하고 있다. 

 

7. Baroque

미켈란젤로를 부정하면 바로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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