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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앤소니 부르데인 예루살렘 Parts Unknown

 

 

고인이 된 이가 먹고 마시고 웃고 우는 장면을 보는 기분은 이상하다. Anthony Bourdain을 보지 않게 된 지 오래됐는데, 이 영상은 너무 애착이 가서인지 없애지 못하고 있다. 코난의 방송과 비교가 될 것 같아 함께 올려 본다. 코난은 속없어서 킬킬거리고 간 게 아니다. 코난이 부르데인처럼 해도 이상하고, 반대가 되도 무리다. 한 가지 부르데인이 이렇게 이스라엘을 비판할 수 있는 데는, 그가 유대인이고 이 나라를 뜨겁게 사랑한다는 전제가 함께 있다.  

 

쉐프 부르데인이 처음 방문한 나라에서 발굴해낸 레스토랑 면면만 봐도, 그가 이곳을 그냥 재미 삼아 온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뭐, 그러니까 앤소니 부르데인이지만. 가끔 - 돈이 충분할 때- 에인 라파(Ein Rafa)에 있는 Majda 레스토랑을 찾는다. 마즈다에도 부르데인을 잃은 상실감이 있는 것 같다. 그가 앉았던 의자에 앉아, 유대산지의 푸르름을 아프게 눈에 담는다. 만나본 적이 없는데도, 그리운 이를 잃은 기분이 든다. 편히 잠들기를. 무력한 좌절감과 싸우던 힘겨움에 보상이 있었기를. 

 

부르데인이 다마스커스 게이트에서 만나 올드 시티를 함께 걸으며 팔라펠을 먹은 사람은 이스라엘의 쉐프 요탐 오토렝기이다. 그가 올드시티에서 설명하는 내용이나 마즈다의 레스토랑에서 요리에 대해 말하는 걸 들어보면, 이스라엘에서 쉐프라는 직업이 얼마나 고도의 문화를 체현한 존재인지 실감이 간다. 그의 요리책 'Jerusalem' 만큼 훌륭한 역사책이자 문화책이자 정치책을 본 적이 없다. 

 

부르데인이 요탐과 함께 팔라펠을 먹은 곳은 다마스커스 게이트에서 시작된 카르도가 두 개로 나뉘는 지점에 있다. 왼쪽으로 가면 Tyropoeon 계곡으로 알려진 Al Wadi street로 비아 돌로로사에 닿고, 오른쪽으로 가면 덩게이트까지 쭉 이어지게 설계된 하드리아누스의 카르도이다. 누군가 이 팔라펠 가게 이름을 물어볼 때마다 모욕당한 느낌이 든다. 이름을 왜 알아야 하지? 이 팔라펠은 올드시티의 상징인데? 내비게이터가 없으면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해 굳이 쓰자면 Hidmi Falafel이다. 내게는 The Falafel이다. 

 

부르데인이 찾아간 유대인 정착촌은 엘리(Eli)와 마알레 레보나 (מעלה לבונה) 이다. 레보나는 하나님의 성전에서 피우는 향의 주요 성분이다. frankincense, 우리말로 유향이다 (유황이 아니라). 미쉬나에 따르면 이 마을의 레보나가 성전에 공납되는 최고 품질의 레보나였다. 브엘세바에 살았던 족장들이 걸어서 세겜에 갈 때 이곳을 지났다. 훗날 이곳에서 멀지 않은 실로에 여호와의 성막이 세워졌다. 또 이 지역은 유다 마카비가 반란 이후 최초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 곳이기도 하다. 간단히 말해서 유대인 정착민들이 이 마을을 재건하는 데 어마어마한 열정을 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런 장소를 선택한 부르데인은 정말, 핵심을 찌른 것이다.

 

베들레헴 팔레스틴 Refugee camp 아이다는 교황이 오셨을 때도 방문하신 곳이다. 아이다 캠프에서 어린이 연극 운동을 시작한 NGO 이름이 Alrowwad (생의 개척자들)인데 창립자인 Dr. Abdelfattah Abu Srour 와 대화에서도 부르데인의 균형잡힌 시각이 잘 드러난다. 어린이들이 순교자나 전사가 되는 꿈을 갖는 것은 왜 문제인가, 아랍인 친구들과 나 역시 자주 이야기하는 주제이다. 

   

유대인 아내 미할과 무슬림 남편 야쿱 바룬의 마즈다 레스토랑은 사실 부르데인의 방문 이후 전성기를 맞았다. 그 전에는 컬리너리 산업에 종사하는 일부 사람들에게만 유명한 마이너 감성 물씬했던 곳이다. 물론 요탐이 권한 거겠지만, 쉐프 부르데인의 요리에 대한 진심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좋은 씬이었다. 

 

가자 스트립에서 베두윈들을 만난 부르데인은 시종일관 정말 사랑스럽지 않나. 

 

마지막 장소는 키부츠 브루르 하일에 있는 미데스라는 레스토랑이다. 키부츠 하일은 미슈나에 따르면 랍비 요하난 벤 자카이, 리바즈가 거주했던 곳이다.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명령을 거스르고 유대인 남아들에게 할례를 행했던 마을로 유명하다. 현재는 가자 엔벨롭이라 부르는 가자 스트립을 둘러싼 이스라엘 첫 번째 방어선으로, 가자에서 로켓이 날아올 때마다 피해를 입고 있는 곳이다. 미데스는 브라질 레스토랑인데, 코로나 이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가 수그러드니 가자 전쟁이 시작되고, 전쟁이 끝나니 테러가 이어지는 식이다. 미데스가 곧 다시 문을 열 수 있었으면. 그건 마치 이 땅에 평화가 오기를 바라는 것이나 같은 심정이다. 

 

 

 

 

 

Reshta, Ein Rafa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내려 예루살렘으로 가려면 1번 고속도로를 달려야 한다. 유다 산지가 시작되는 골짜기 문(שער הגיא)을 지나면 꽤 큰 규모의 아랍인 마을이 있다. 한쪽은 아부 고쉬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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