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 화요일은 욤 슐리쉬, 일주일 중 셋째 날이다. 알다시피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의 첫 기적은 셋째 날에 일어났다. 혼인잔치를 비롯한 유대인 삶의 이벤트는 압도적으로 화요일에 잡힌다. (유대인의 결혼식은 밤에 시작되고, 주말은 샤밧을 준비해야 하는 분주한 시간이다.) 공공기관도 화요일에는 일찍 업무를 마치는 편이다. 지금이야 재택도 많아지고 IT업종 사람들은 숨도 돌리지 않고 바쁘게 일하지만, 일반 회사에서 평범한 월급쟁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화요일 저녁에 친구를 만나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거나, 기타 유흥 활동을 한다.
화요일 저녁 친구를 만나려고 큰 도시에 나가는 건 부담스럽다. 다음날 어쨌든 일을 해야 하니까. 스테이크 하우스까지는 안 바란다. 화요일 저녁에 부담스럽게 먹을 필요는 없으니까. 동네 가까이에 할라비 (고기 없는 파스타 피자 샐러드 위주) 레스토랑, 커피숍, 빵집이 괜찮으면 더할 나위 없다. 네스 찌오나는 이런 세팅이 잘돼 있는 참 괜찮은 거주 지역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도시 중 하나다. (예루살렘은 절대 아니다.)
카페 라 루쉬는 프랑스어 같은 기분이 들지만 라루쉬는 히브리어로 반죽을 밀대로 미는 행위를 뜻한다. 피자 파스타 전문이라는 뜻이다. 그것만으로는 안 되니까 바를 들여놓고 브라세리 흉내를 내고 있다. 하지만 거주지 깊은 곳에 있어 밤새 술을 먹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요즘 이스라엘 레스토랑의 또 하나의 트렌드가 저 나무 장작이다. 타분이라는 큰 화덕을 들여놓고 밀가루를 기가 막히게 구워내고 있다. 업소용 타분을 작게 제조해 가정용으로 판매하는데 만 세켈이 훌쩍 넘는데(우리 돈 500만원쯤?) 그걸 턱턱 사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집에서 피자를 만 판은 구워 먹어야 본전일 듯.
비앙카 피자, 이탈리아 오리지날은 포카차와 거의 비슷해 보일 정도로 토핑이 없는데, 루꼴라와 아몬드에 치즈를 원없이 쏟았다. 저기요, 서민 음식이라면서요. 68NIS.
이름이 프렌치 토스트다. 시금치와 파마잔이 서로 자기 주장하는.
두부 같이 보이는 건 불가리아 치즈고, 거기 고춧가루처럼 뿌려진 게 Sumac이다. 아부고쉬에 절친이 사는데, 저 수막을 만드는 집이라 인연이 쉽게 안 끊어진다. 우리나라 사람이 마늘 생강 파 없으면 안 되듯이, 지중해 샐러드에 수막은 필수다.
이름이 브레드 푸딩, 히브리어로 푸딩 레헴이다. 영국에서 wet nelly라고 부르는 디저트인데, 홍콩에도 많다. 맛은 예상 가능한 달칵지근함.
알코올 없는 맥아 음료 말티(설탕 표시 봐라), 차 주전자, 아이스크림에 커피를 부어 먹는 아포카토
밤 10시가 되도록 멀쩡하게(?) 대화만으로 시간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저녁이 있는 삶이란 이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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