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파르는 유대교의 거룩한 날 부는, 주로 수양(איל)의 뿔로 만든 나팔이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소뿔 모양이 훨씬 근사하다. 그래도 수양의 뿔을 사용하는 건 아케다 때 이삭을 대체한 게 수양이었기 때문이다. 뿔도 뼈 성분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원래는 속이 꽉 채워져 있다. 그걸 빼내고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관악기를 어려워하지 않는 편인데 쇼파르는 소리 내는 법을 배우다가 저 세상 고통을 느꼈다.
히브리어 성경에는 떼짐승과 관련된 용어들이 꼬리를 물고 나온다.
ewe (כבשה=רחל) + ram (איל) > lamb (שה)
goat (עז) + billy goat (תיש) > kid (גדי)
Gazelle (צבי)
Ibex (יעל) : 산염소이고 암컷과 수컷 공히 야엘이다.
이스라엘 키부츠 엔 게디(새끼 염소의 샘)가 생산하는 미네랄 워터 로고가 어마어마한 혼선을 빚었다. 그디에게 볼 수 없는 엄청난 뿔을 지닌 짐승을 선보인 것이다. 수컷 ibex 야엘이다. 희한한 곡선이 있는 야엘의 쇼파르는 욤키푸르에 분다.
미츠페 라몬에서 길을 건너는 야엘. 삶의 터전이었던 광야를 인간에게 빼앗기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야엘은 보호 동물이기 때문에 쇼파르를 만들 목적으로 잡아서는 안 된다. 죽은 짐승에게서 뿔을 잘라내 사용하는 것이다.
암컷 야엘의 뿔은 예쁘긴 하지만 쇼파르를 만들기엔 좀 작다.
쇼파르 부는 법을 배운 적이 있다.
많이 실수하는 건데, 불기 전에 입술을 물에 적셔야 한다. 나중에 입술이 찢어져 있는 걸 보게 될 것이다. 입술의 오른쪽 구석에 마우스피스를 댄다. 왼손잡이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왼쪽으로 부는 사람 한 명도 못 봤다. 입술을 꽉 다물고 그 사이로 살짝 입술을 진동시킨다. 공기가 빠져나가면 당연히 관을 통과하면서 소리를 내지 못한다. 그런데 입술을 다물고 진동만으로 어떻게 소리를 낼 수가 있나. 선생하고 싸워봐야 소용 없다. 더 이상의 팁은 없다. 소리가 날 때까지 손바닥에 입술을 대고 연습한다. 입술을 꽉 다물고 입술을 진동시킨다. 소리가 나기까지 머리가 매우 아프다.
뿔나팔을 힘들게 왜 배우나. 로쉬히샤나, 욤키푸르 때 좀 으쓱하려는 거다. 그럼 그때 내야 하는 소리를 배워야 한다. 전부 네 가지다.
1. 트키아 : 소리를 쭉 올려서 3초 간 지속하다가 높은 음에서 삑-하듯이 멈춘다.
2. 슈바림 : 소리를 내다가 끝 부분에서 톤을 높이는 노트가 하나다. 이를 3번 반복한다.
3. 트루아 : 스타카토, 13개를 이어붙인다. 내가 이걸 잘한다. 관악기 연주하는 사람은 쉽다. 뚜뚜뚜뚜뚜 뚜----
4. 테루아 : 트키아 그돌라라고 하는데, 쭉 올린 소리를 10초간 지속한다. 두우----------삑-! 저 세상을 영접한다. 엄청난 폭발음이고 이 소리를 왕의 기름 부음이나 전쟁 출전에 사용했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이걸 하고 나면 요양이 필요하다.
תִּקְעוּ שׁוֹפָר בְּצִיּוֹן, וְהָרִיעוּ בְּהַר קָדְשִׁי 시온에서 나팔을 불며 나의 거룩한 산에서 경고의 소리를 지르라 (요엘 2:1)
쇼파르는 사람과 같아서 가수의 소리가 다 다르듯 전부 다르단다. 샤나 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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