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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하브 하야르덴, 십자군

이스라엘 사람들은 십자군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십자군 이야기가 우리나라 전설의 고향만큼 익숙하기 때문에 왜 이들이 사자왕 리처드가 프랑스어로 말하는 걸 모르는지, 왜 살라딘이 아랍인이 아닌 걸 모르는지 의아했었다. 이스라엘에는 전 세계에 자랑하기에 손색이 없는 십자군 요새가 많이 있다. 하지만 당연히도 자랑할 의사는 없어 보인다. 

 

코하브 하야르덴은 야르덴, 즉 요르단의 별이다. 고대 명칭에서 요르단은 나라가 아닌 이 땅의 유일한 생명줄 요르단 강과 거기서 이어지는 계곡의 이름이다. 이 지역은 이스라엘 지파 가운데 잇사갈의 영토에 속했는데, 생각해 보면 이 동쪽 라인에  유난히 일월성신과 관련된 이름이 많다.   

  • Ramat Kochav = 별의 언덕 (이건 거주지 이름이지만)
  • Beit Shean = 달의 집 
  • Kochav HaYarden = 야르덴의 별, 십자군 시대 이름은 Belvoir
  • Jericho = 예리호, 달
  • Qumran = 아랍어로 두 개의 달이란 뜻이다. 진짜 달과 사해에 비친 달. 

 

히브리 성경에는 12지파를 묘사하는 본문이 몇 군데 있는데 잇사갈은 딱히 좋은 말은 못 듣는다. 야곱은 건장한 나귀에 비유했고, 모세는 옆동네인 스불론에 비교해 장막에 있는 걸 즐긴다고 했다(좋은 뜻인가?). 그래도 귀가 번쩍 띄이는 표현이 있긴 하다. 역대상에서 다윗을 따른 이들을 설명할 때 잇사갈의 우두머리 200명을 이렇게 묘사한다.  

יוֹדְעֵי בִינָה לַעִתִּים, לָדַעַת, מַה-יַּעֲשֶׂה יִשְׂרָאֵל 시세를 알고 이스라엘이 마땅히 행할 것을 아는 자.

다윗을 따르기로 작정한 다른 지파는 몇천 명에서 몇만 명이 나왔는데 잇사갈만 달랑 200명이다. 이들이 보통 사람이라면 애개, 고작 이만큼? 할 만한 숫자다. 이들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가, 잇사갈 지파가 일월성신으로 묘사되는 전통에서 발견된다. 시세를 안다는 건, 점을 친다는 고전적인 표현이다. 이들은 천체 움직임을 분간해서 기상 변화를 예견할 줄 아는 이들이 아니었을까.  

 

미슈나와 탈무드 시대 (기원후 2-6세기), 이곳에는 '코하브'(별)이라는 유대인 거주지가 있었고, 봉우리 중 하나는 Grifina라 불렸다. 예루살렘 감람산에서부터 사르타바를 거쳐 품피두타까지 연결되는 Rosh Hodesh, 새 달을 알리는 fire signal이 전달됐던 곳이다. 디아스포라 유대인 공동체는 이 불빛을 보고 유대력에서 중대한 의미가 있는 매달 초하루를 감지했다.

 

십자군은 유대인 정착지의 돌을 가져다가 요새를 쌓았다. 그래서 헤롯 시대 석공 기술 중 하나인 가장자리를 파낸 돌들도 많이 보인다. 이 돌들은 수백년 동안 이런저런 모양으로 변신하며 이 자리를 지켜온 것이다. 요새 성벽의 바닥에는 포트라나, 라고 부르는 비밀 구멍이 있었다. 밖으로 나간 정찰병을 들여보내기 위해 성문을 열 필요가 없게 만든 것이다.

 

십자군 시대 이 지역은 기독교 왕국의 지배를 받다가 12세기에 Velos 가족에게 양도된다. 벨로스 가족이 다시 성요한기사단에게 영지를 판매한다. 현재 요새를 건설한 이들이 성요한기사단이었고, 당시 요새는 Belvoir, 전망이 좋다는 이름으로 불렸다. 1187년 살라딘은 카르네이 히틴 전투에서 승리하고 바로 이곳으로 온다. 1년 반 동안이나 요새를 포위했지만 성 안의 십자군은 항복하지 않는다. 버틸 만큼 버티다 성을 양도하는 조건으로 전원 살아서 Tyre로 이동한다.

살라딘은 위대한 칼리프가 됐지만 자신의 제국이 하나가 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마침 아들도 둘이었다. 그래서 이집트 제국으로부터 레반트 지역을 떼어 둘째 아들 알무아찜 이싸에게 다스리게 했다. 알무아찜 이싸는 원수나 마찬가지인 형으로부터 자기 영토를 지키기 위해 벨부아와 님로드 등을 요새로 이용했다. 

 

벨부아는 십자군 요새 가운데 concentric 동심원 구조이다. 내부에 탑을 갖춘 아성은 프랑스어로 donjon이라 부르는 독립된 요새였다. 벨부아가 이슬람 군의 포위를 오래 견딜 수 있었던 요인이다. 

 

아치의 한가운데 Keystone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포인트에 가까워지는 이슬람 시대의 아치. 고딕 양식에 영감을 준다.

헬레네즘 시대 문 구조를 혁신한 린텔은 탈무드 시대 유대교 베이트 미드라쉬(예쉬바?)에 큰 영향을 준다. 유대교 린텔에 가미된 장식들 연구도 활발하다. 

 

 

 

 

 

 

 

 

Apollonia, Tel Arsuf

지중해 바다는 이스라엘의 서쪽에 있다. 이런 지형학적인 특징에 따라 성경은 서쪽을 '바다'(ים)라고 부른다. 지금은 가자를 제외하고 지중해 해안가 모두 이스라엘에 속하지만, 고대 시대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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