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014 영국 내셔널 갤러리에 걸려 있는 반 고흐의 1888년 작품 해바라기에 기후 운동가들이 토마토소스를 들이부었다.
Just Stop Oil 이라는 조직의 활동가들이라고 한다. 토마토소스 두 캔을 약 8400만 달러 가치가 있는 작품에 들이 부음으로써 화석 연료 추출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출했다나 보다.
런던에서 입장료 걱정 없이 불쑥 갤러리 보고 나오는 보람도 이제 끝이라고 봐야겠지. 다행히 프레임만 손상을 입었고 그림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영국의 리즈 트러스 정부는 북해 석유와 가스 탐사에 대한 무더기 허가권을 내주면서 국내 에너지 공급 위기를 타파하겠다는 야심을 발표했다. 이런 움직임은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겠다는 전 지구적 노력과 상충될 뿐만 아니라, 그동안 영국 정부가 해왔던 기존 약속과도 거리가 멀다. 영국의 환경 운동가와 과학자들은 지난 2주간 런던 전역의 다리와 교차로를 차단하면서 시위를 벌였고, 더 큰 주목을 끌기 위해 내셔널 갤러리에 걸려 있는 네덜란드 화가 작품을 고른 것이다.
토마토소스를 부은 두 명의 활동가는 체포되어 런던 중앙 경찰서에 구금된 상태이다. Just Stop Oil 이 세계적인 박물관의 예술 작품을 사보타주 대상으로 삼는 이유는 적어도 그들 입장에서 타당한 레퍼런스 같아 보인다. 전 지구의 멸망을 앞당기는 짓을 하면서 인류의 유산을 감상하고 보존하는 행위는 위선적인 거 맞지 않나. 그래도 이 그림이 그런 수모를 당했다니 가슴이 아프긴 하다. 북해는 보이지 않아서 실감이 안 나는 것인가. 다시 한번 푸틴이 새삼 참.
런던의 내셜널 갤러리가 부러운 건 이렇게 잠깐 현장 방문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교사가 아이들 앞에서 생생한 그림 자료를 보여줄 수 있는 이 여건. 감상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런던의 어린이들이 참 부럽지 않나. '해바라기'가 복원되는 것만큼이나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평범하지만 귀중한 기회가 박탈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스카이폴인가. 본드가 이 그림 앞에 앉아서 벤 휘쇼랑 무슨 얘긴가를 한다. 영화는 기억에서 희미해졌는데, 런던 어린이들이 테메레르를 보고 있던 건 선명하다. 우리로 치면 급식이들이 노량대첩 거북선 앞에 있는 거니까. 조셉 말로드 윌리엄 터너가 그린 '두려움 없다'는 뜻을 가진 이 영국 군함은 트라팔가 전투에서 맹공격을 받은 넬슨 제독의 빅토리호를 구했다. 이 전투에서 넬슨은 죽지만 영국은 승리했다. 테메레르의 '가장 고귀하고 탁월한' 승리로 알려진다. 나폴레옹의 세계사적 업적을 아무리 떠들어도 내셔널 갤러리의 테메레르 때문에 빛이 바래는 것 같다.
터너는 태양빛이 도는 구름을 만들기 위해 scumble이라는 기술을 사용했다고 한다. 얇은 물감으로 하늘 배경을 구성하고, 이게 마르면 붓으로 불규칙하게 터치하면서 상단 위에 두껍고 불투명한 페인트를 붓는 거라고. 질감이 느껴지는 유화가 너무 좋다.
조르주 쇠라의 목욕 앞에서 저 선생님은 철학을 하셨다. 설명의 대부분이 아스니에르에서 바라본 파리 센느 강의 풍경과 라 그랑드 자뜨 섬이 실제에 비해 과장됐다는 건데, 여기는 런던이다. 쇠라의 천재성을 못 알아본 프랑스가 하필 이 걸작을 영국에 넘겨준 게 안타까울 뿐이다. 파리에 안 가본 아기들이 열심히 손 들면서 질문을 많이 했는데 답을 거의 안 하셨다.
영국의 통치자가 찰스 3세가 된 마당에 의미심장한 반다이크의 찰스 1세 기마상은 내셔널 갤러리의 복원 작업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불량 상태인 안감을 교체했다. 꽤나 전문적인 이야기를 어린이는 안 듣고 선생님들끼리 주고받았다. 귀동냥으로 들어도 뼈가 되고 살이 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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