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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sha

파라샤 바예쩨 (창 28:10-32:3)

파라샤 바예쩨(창 28:10-32:3)를 읽는다.

 

1알리야: 28:10–22, 떠나는 야아콥

파라샤의 제목 바예쩨는 야아콥이 브엘셰바에서 떠났다는 문장의 첫 단어다. 브엘셰바는 일곱과 관련된 단어이고, 그래서 유대교는 이때 떠난 야아콥의 후손 일곱 세대가 다시 이 땅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해석을 한다. 야아콥 가문의 족보는 마태복음에 나오는데 야곱<유다<베레스<헤스론<람<아미나답<나손<살몬이 일곱 세대이다. 살몬의 아내가 여호수아가 보낸 정탐꾼들을 돕는 라합이다. 신약 성경 기록이 근본 없지 않다는 걸 입증한다.

 

한 곳에 이르러 잠을 청하는 야아콥은 꿈 속에서 '땅으로 세워진 사닥다리'סֻלָּם מֻצָּב אַרְצָה를 본다. 야훼께서 그 사닥다리에 서서נצב 말씀하신다. אָנֹכִי עִמָּךְ 내가 너와 함께 한다. 개꿈에서 들어도 흐뭇할 말이다. 잠이 깬 야아콥은 성전신학의 밑둥을 흔드는 위대한 말을 남긴다. אָכֵן יֵשׁ יְהוָה בַּמָּקוֹם הַזֶּה; וְאָנֹכִי, לֹא יָדָעְתִּי  이 자리에 과연 야훼가 계신데 내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이 장소는 하나님의 집, 베트 엘이 된다. 원래 이름 루즈는 헤이즐넛이란 뜻이다.

 

도상에서의 안전과 공급을 간구하는 야아콥의 기도는 유대교 traveler's prayer의 기원이다. 시편 121편 출입을 지키시는 하나님과 함께 기도문에 숨을 불어 넣었다. 타도시로 이동하는 장거리 여행에는 출발과 함께 꼭 기도를 한다. 함사와 마찬가지로 유대교의 밀접한 관습으로 변해 무신론자들 차량에도 이 기도문이 달려 있다. 종교인 친구를 사귀면 제일 처음 받는 선물도 대개 이 기도문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구석에 던져놓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은 지갑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평안히 갔다가 평안히 집으로 돌아오라는 이 원천적인 기원이 어떤 종교적 미사여구부보다 파워풀하다고 생각한다.

 

2알리야: 29:1–17 라헬과 야아콥

우물가에서 또 하나의 만남이 이뤄진다. 사랑에 빠지는 청춘 남녀의 첫 만남인데 히브리 동사 배치가 색다른 것으로도 유명하다. 우물 옆에서 미적거리던 목자들 덕분에 야아콥은 저기 오는 여성이 라헬이라는 걸 알게 된다. 달려가 자기 소개를 하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야아콥은 자신의 남성성부터 자랑한다. 우물 아귀를 막고 있는 돌을 옮기고 라헬이 몰고 온 양떼에게 물을 먹인다. 어머니 장막을 지키는 유약한 아들 아니었나. 힘자랑을 갑자기? 그러고 나서 라헬에게 입을 맞춘다. 네? 처음 봤는데요? 야아콥의 부모만 해도 첫 만남에 너울로 얼굴을 가렸다. 라헬도 어지간하다.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의 입맞춤에 응했고, 그러고 나서야 야아콥이 라반의 조카라는 걸 알게 된다. 히브리 성경은 하가나, 즉 이야기를 절대 허투루 쓰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오랜 세월 구전되다 극강의 서기관들이 최고의 문장력을 발휘해 최종 편집했다. 두 남녀의 만남에서 동사 순서는 의도가 있다. 앞으로 전개될 두 남녀의 사랑에서 핵심은 이성적인 끌림이었음을, 그것이 14년 노동 착취를 감내한 비결이었음을 귀뜸한다. 유대교는 현실적인 종교다. 내면의 아름다움 따위에 고상한 관심을 기울인 게 아니다. 두 사람은 첫 눈에 불타 올랐고, 여기서 큰 역할은 성품이나 지성미 같은 게 아니라 야아콥의 이두박근 삼두박근이었다. 그래도 미심쩍을 독자를 위해 쐐기까지 박는다. וְעֵינֵי לֵאָה, רַכּוֹת; וְרָחֵל, הָיְתָה, יְפַת-תֹּאַר, וִיפַת מַרְאֶה 라헬은 얼굴이 예뻤고, 자태가 예뻤다.     

 

3알리야: 29:18–30:13 야곱의 아들들

라반의 속임과 야아콥의 속아넘어감에 초점을 둔 본문은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언니와 동생의 복잡한 심경 같은 건 고려하지 않는다. 랍비들은 좀 더 섬세했다. 훗날 예레미야서에서 야훼 하나님은 자식을 위한 라헬의 통곡을 들으시고 말씀하신다. "네 울음소리와 네 눈물을 멈추어라 네 일에 상을 받을 것인즉 그들이 그의 대적의 땅에서 돌아오리라"(렘 31:16). 랍비들은 라헬이 받은 상이 언니 레아를 위해 남편을 나눠 가진 의로움에 대한 권리라고 해석했다. 게다가 라헬은 아카라, 불임으로 고통받았다. 

 

유대교 관습과 관련해서 쉬바트 예메이 미쉬테, 즉 칠일 간의 신혼부부를 위한 잔치의 유래가 나온다. 유대인은 허니문 문화가 없다. 초야를 치르고 나면 부부는 적어도 2주간 각 방을 써야 한다. 여성의 출혈이 있으면 접촉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대신 가까운 친척들이 신혼 부부를 초대해 축하를 해주는데 그게 7일 동안 이어진다. 미니안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성인 남성 열 명도 필수 참석해야 한다. 요즘 세상에 쉬바트 예메이 미쉬테를 할 수 있는 시간 많은 사람들은 하레딤 정도일까. 대개 하루 이틀 친척들 인사 다니는 걸로 끝이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이 결혼식에서 이뤄진 것은 물론 의미심장하다. 그런데 유대인 사회에서 결혼식만큼 빈번하게 이뤄지는 행사도 없다. 복음서에 결혼식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했을 것이다.   

 

야훼 하나님이 레아의 태를 여신 까닭은 레아가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야아콥의 아들들이 태어난다. 르우벤 (아들을 보라), 시므온(들어주셨다), 레위(연합하라), 유다(찬송). 언니를 시기한 라헬은 여종 빌하를 통해 단(판단하다), 나프탈리(나의 투쟁)를 낳는다. 레아도 여종 질파를 통해 갓(성공), 아쉐르(행복)을 낳는다.

 

4알리야: 30:14–27 합환채 거래

유월절, 즉 밀 수확 시기에 르우벤이 합환채דוּדָאִים를 발견해 어머니 레아에게 건넨다. 이 꽃을 갖고 싶었던 라헬은 남편을 판다. 해괴하다. 레아는 합환채로 남편을 사고 이싸하르 (보상이 있다)를 낳는다. 이어 즈불론(선물)을 낳는다. *즈불론이란 이름은 zbl이 바알의 신명이라는 점에서 미묘하다. 그후 딸 디나를 낳는다. 

라헬이 드디어 첫 아들을 낳는다. 요세프(더해질 것이다)이다. 

열한 아들이나 낳은 야아콥은 드디어 고향 아버지의 집으로 갈 생각을 하고 라반과 임금 협상을 벌인다.

 

르우벤 (합환채), 시므온 (세겜 성), 레위 (흉배의 열두 보석), 유다 (사자), 단 (저울-재판), 나프탈리 (아얄라-암사슴), 갓 (군인 막사), 아쉐르 (아름다운 나무), 이싸하르 (해달별-역대상 12:32 시세를 아는 자), 즈불론 (해변의 범선), 요세프 (무성한 가지), 베냐민 (늑대)


5알리야: 30:28–31:16 야곱의 재산 증식

야곱은 라반의 가축에서 다섯 종을 요구한다. כָּל-שֶׂה נָקֹד וְטָלוּא וְכָל-שֶׂה-חוּם בַּכְּשָׂבִים, וְטָלוּא וְנָקֹד, בָּעִזִּים 새끼양(שֶׂה) 중에서는 나코드(히브리어 모음처럼 얼룩덜룩), 탈루(패치, 스팟, 점이 있는), 훔(브라운 색깔), 염소 중에서 탈루와 나코드이다. 라반은 이런 가축을 따로 분리해 아들들에게 맡기고 야곱의 떼와 거리를 두게 한다. 라반도 보통 사람이 아닌 것이다. 야곱은 세 종의 나뭇가지 껍질을 벗기고 물 구유 앞에 세운다. לִבְנֶה וְלוּז וְעַרְמוֹן 리브네는 동유럽의 자작자무이다. 자일리톨이 추출되는 나무로 유명하다. 에레츠이스라엘에서는 나지 않지만 짜프쩨파(포폴라) 나무와 비슷하다. 루즈는 베트엘의 원래 이름이기도 한 헤이즐넛, 많이 양보해서 아몬드 나무이다. 그래서 우리말 번역이 살구나무라고 했다. 아르몬은 밤나무이다.

야아콥의 양과 염소는 이 가지들 앞에서 새끼를 뱄다. 그 결과 야야콥은 우생학적으로 뛰어난 가축은 얼룩덜룩한 새끼를, 약한 가축은 민 무늬 새끼를 낳도록 조절할 수 있었다. 이 방법론이 유전학적으로 말도 안 된다는 게 과학적 견해이다. 그런데 야곱은 이 방법론을 하나님이 꿈에서 알려주셨다고 말한다. 둘러대기의 대가이니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유전학적 질서를 뛰어넘는 신묘막측한 도움이 있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야곱은 사기친 걸 들키기 전에 떠나고자 한다. 아버지에게 질려 버린 두 딸도 남편에게 동조한다.

 

6알리야: 31:17–42 밧단아람을 떠나는 야아콥

야아콥 가문이 가나안 땅으로 출발한 지 삼일 만에 라반은 소식을 듣고 추격한다. 핑계는 야아콥 일행이 자신의 트라핌을 훔쳤다는 것이다. 훔친 사람은 라헬이었다. 위기를 모면하긴 하지만 이미 야아콥은 맹세를 했다. 트라핌을 훔친 사람은 살 지 못한다고. 야아콥은 지난 21년 동안 라반의 가축을 치느라 얼마나 죽을 고생을 했는지, 또 그 동안 품삯도 제대로 쳐주지 않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라반을 비난한다.   


7알리야: 31:43–32:3 라반과 야아콥의 언약

두 사람은 돌을 쌓고 언약을 맺는다. 아람어로 יְגַר שָׂהֲדוּתָא 히브리어로 갈에드, 즉 길아드이다. 증거의 무더기라는 뜻이다. 또 미츠파(망대, 지키는 자)라고도 했다. 라반은 돌아가고 야아콥은 길을 떠나 하나님의 사자를 만난다. 그곳을 군대라는 뜻으로 마하나임이라 부른다. 

 

파라샤 바예쩨의 하프타라는 호세아 11:7-12:14이다. 하나님께 정함이 없었던 에브라임,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이다. 

12:13 וַיִּבְרַח יַעֲקֹב, שְׂדֵה אֲרָם; וַיַּעֲבֹד יִשְׂרָאֵל בְּאִשָּׁה, וּבְאִשָּׁה שָׁמָר (우리말 성경 12:12) 야아콥이 아람의 들로 도망했고, 이스라엘이 아내를 위해 노동했고 아내를 위해 양을 쳤다. 

 

 

 

'야아콥 사닥다리의 천사들'이라는 노래이다.

아침에 내 집의 젖은 풀밭으로 하늘에서 떨어진 하얀 날개의 천사 | 당신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나? | 네게브에서 길르앗 땅까지, 거기에서 누구를 보게 될까, 천사여 | 에서의 장막과 야곱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