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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할 스니르

멀리 보이는 산자락은 레바논 땅이다. 이 사진만 보고도 어딘지 알아보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많은 데 놀랐다. 그럴 수도 있다. 그래도 텔아비브를 떠난 적이 없는 파티걸조차 레바논 근처 자연 경관에 빠삭하다는 점이 내게는 흥미롭다. 어쩌다 그렇게 된 걸까. 키부츠 마아얀 바루흐에는 선사 시대 인류 박물관이 있다. 모샤바 메툴라는 Inbound tourism의 성지가 되고 있다. 키부츠 단이나 바니야스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아마도 레바논 전쟁이 이유일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 사진에 반응하는 것은 수없이 자주 이 광경을 보았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통해서든 레바논 전쟁에 직접 참여해서든.

새벽 일찍 트래킹을 나선다. 한낮의 땡볕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게 새벽이다.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텔아비브에 모여든다. 그곳에 일자리가 많아서일 수도 있지만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살 수 있기 때문에 끌리는 것이다. 텔아비브의 미친 물가와 빡치는 교통체증을 오직 자유롭고 간편한 독신 생활로 대체한 이들의 결혼률은 당연히 낮다. 그래도 결혼을 하긴 한다. 텔아비브 신혼 부부가 자녀가 태어나면 맞닥뜨리는 고민이 이사 문제이다. 텔아비브에서 자녀를 키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내 친구들 중에는 북쪽을 택한 경우가 많다. 배우자가 북쪽 키부츠 출신이라면 영낙없다. 키부츠의 삶에 환상이나 목가적 감상을 가졌기 때문은 아니다. 하지만 키부츠 출신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처럼 자녀들도 이 자연 속에서 성장하는 게 옳다고 느낀다. 

  

나할 스니르, 아랍어로 하스바니이다. 이스라엘의 유일한 강 야르덴에 물을 공급하는 세 지류 중 가장 큰 지류이다. 레바논 남부에 물 근원이 있고 Ghajar에서 북이스라엘로 건너와 단과 바니야스에서 합류해 야르덴 강을 이룬다. 1960년대 물 전쟁이 절정일 때, 레바논과 시리아는 야르덴을 말리기 위해 각각 스니르와 헤르몬 지류를 야르무흐로 우회시키려고 운하를 팠다. 이스라엘 군대는 야르덴을 보호하기 위해 파이프를 건설했고 결국 이게 원인이 돼 1967년 6일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스니르가 사라졌다면, 크게 아쉬웠을 것이다. 스니르는 한여름에도 물이 많기로 유명해서 이 물줄기를 따라 하고슈림, 크파르 블룸에서 운영하는 카약을 탈 수 있다. 전체 길이는 65km가 넘는데 레바논 남부의 나할 스니르를 본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을 쉽게 잊지 못한다고 한다. 여름에는 이곳이 사람들로 와글와글하다. 

 

한국 사람은 자연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여기까지 오려면 꽤 먼길을 돌아와야 하는데 고작 이런 걸 보기 위해 여기까지 왔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텔단의 수로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주는 감동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다. 단지 우리의 자연이 이곳보다 훌륭하기 때문은 아니다. 고요한 물속에 자신을 담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적어도 북쪽 국경 지역을 흐르는 물들이 언제든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CASUS BELLI라는 걸 알았으면 싶다.   

 

저 물빛이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이스라엘 같은 나라에서 에머랄드 빛 강물을 볼 거라고 누가 기대를 했겠나.

 

답답한 도시에 앉아 이 사진들을 보자니 숨통이 트이긴 하는데, 이스라엘의 삶이 얼마나 팍팍한지 실감이 나기도 한다. 이 나라는 정말 샬롬이 필요하다.  

 

 

 

이스라엘 국경

이스라엘의 북쪽에는 넘을 수 있는 국경이 없다. 거기 있는 나라들과 정상적인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비슷한 상황의 우리나라에 반도 기질, 섬 기질이 있는 것처럼, 이런 지형학적 한계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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