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유로비전, 이스라엘 노아 키렐

K-Pop의 성공 비결에 대해 한 마디 거들고 싶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MTV를 흉내내는 것으로 세계 무대에서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 오리지널러티의 원조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가장 이스라엘다울 때 유로비전을 석권했다. 원래 이 민족이 시편을 만들지 않았나. 2001년생으로 14살에 데뷔해 2020-2022까지 군 복무를 하고 2023년 유로비전에서 이스라엘을 대표하게 된 노아 키렐이 이 교훈을 새겨들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매년 이스라엘은 치열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유로비전 대표를 뽑아왔다. 그 피로감이 극심하다. 2018년 우승한 네타 바르질라이 이후 계속 내리막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그냥 유명한 기존 가수를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럴 수도 있는 게 유로비전이다. 이런 걸 결정하는 위원회가 있다나 보다. 2022년 8월 일찌감치 이스라엘 대표로 결정된 노아 키렐은 반년 이상 유로비전 출전곡을 완성하는 데 골몰해 왔다. 뭐, 많이 듣던 그런 스타일이다. 정신 사나운 옷 입고. 옷은 참, 벗는 건가. 

 

유로비전 대회는 매년 5월에 열리는데, 올해는 5월 9-13일 기간이고, 이스라엘은 5월 19일이 예루살렘 수복일, 그 다음주 25일이 샤부옷이다. 유로비전이 예루살렘 수복일과 겹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유로비전은 대놓고 정치적인 쇼이기 때문이다. 올해 대회가 런던이니까, 이스라엘 수상 가능성이 클 것 같지는 않다.  

 

노아 키렐은 이스라엘 연예계에서 처음 시도한 일종의 아이돌이다. 아버지가 돈으로 기획했다. 14살 때부터 21살이 될 때까지 MTV 기획 가수다운 화장과 장신구를 선보였다. 이스라엘 어린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런 지적이 엔터계를 바꾼 경우는 이스라엘도 없다. 그래도 우리나라 아이돌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나는 느낀다. 

 

카메라 앞에서 노아 키렐은 언제나, 짙은 화장 너머 딴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연예인이란 이런 거지 싶은 전형이다. 이스라엘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 있고 미국에도 진출했는데, 인스타 팔로워가 50만 명밖에 안 된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아직은 이스라엘에서, 연예인이 되는 게 풍토병은 아니다.

 

이스라엘에서 Yes planet은 영화관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위성 TV 제작업체인데 노아 키렐이 광고모델이다. 그래서 올해 캠페인을 일찍부터 유로비전 노아 키렐 버전으로 올빵했다. 광고 자체는 이스라엘의 유로비전 출전 역사를 담은 재미나고 유익한 광고다. 그러나 광고비 예산이 쫍았는지 모두가 출연하지는 못했다.   

  

1993년 대표 사라 샤론 

 

1998년 대표로 유로비전에서 우승한 다나 인터내셔널 (원래 샤론 코헨이란 남성이었는데 13살이던 1982년 트렌스젠더가 됐다. 유럽에서 엄청난 인기다.)

 

2019년 예루살렘에서 열린 유로비전 대표 코비 마리미, 저 짧은 영상에서도 발연기를.. 2018년 리스본 유로비전에서 네타 바르질라이가 우승하고, 이스라엘 보이콧 분위기 속에서 열려 기대가 컸는데, 코비 마리미는 음.... 네타 바르질라이는 이미 너무 거물이 돼서 인구 900만 명 위성 방송사 광고에 출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1978년 유로비전 우승자인 이즈하르 코헨, 그의 노래 A-Ba-Ni-Bi는 히브리어 ANI(나)의 대표적인 워드 플레이다. 모든 단어를 쪼개서 A-B를 원 모음과 결합해 만든 가사다. 언어학의 기초를 쌓을 수 있다.ㅋ 이스라엘이 유로비전에서 우승한 최초의 곡이다. 덕분에 1979년 유로비전이 예루살렘에서 열렸는데, 거기서 '할렐루야'라는 엄청난 곡이 발표되고 다시 한번 이스라엘이 우승한다. 이스라엘은 2년 연속 유로비전 유치는 포기한다.  

 

 

한 대륙의 모든 나라가 참여하는 노래 자랑 대회에 이스라엘 대표로 참으로 어울리는 히브리어 가사와 퍼포먼스다. 천진한 가사에 이상하게 눈물이 날 것 같은. 갈리 아타리와 함께 한 저 코러스의 이름은 자그만치 할라브 우드바쉬, '젖과 꿀'이다.ㅋ 노래가 끝나고 약 1분 가량 장내에 박수가 멈추지 않았다. 1979년 예루살렘은 지금은 꿈도 꾸기 어려운 전 유럽의 사랑을 받았다. 

 

הללויה לעולם, הללויה ישירו כולם | במילה אחת בודדה | הלב מלא בהמון תודה | והולם גם הוא - איזה עולם נפלא

할렐루야를 세상에, 할렐루야를 모두 부르리 | 오직 이 한 마디만 | 내 마음은 감사만 가득하고 | 적절히도 - 정말 멋진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