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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크나페 케악, 텔아비브

텔아비브 북부에 항구가 있다. 지금은 항구 기능은 없고 일종의 휴양지다. 거기 많은 가게들이 있는데, 항구 시장도 있다. 

 

슈크 하나말, 항구 시장이다. 저 상징 동물이 뭔가 한참 생각했다. 바다 용인가, 바다 말미잘인가 하다가 구글의 도움으로 '바다 말'이라는 걸 알아냈다. 해마. 우리나라 해마는 독도 근처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이걸 볼 때마다 이스라엘이 독도를 우리나라 영토로 표기하는 흔치 않은 나라라는 사실을 상기한다. 헬라어 Hippocampus는 바다 괴물이라는 뜻이다. 시장 이미지로는 여하튼 특이하다. 

 

아무튼 이 항구 시장 안에 크나페 카흐라는 베이커리(?)가 있다. 크나페는 아랍 디저트인데, 유대인 베이글에 넣어준다. '케아흐'는 /케악/하고 목 졸리는 발음인데 '손'과 관련된 단어이다. 즉 크나페를 손에 들고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פרח רסלאן: "אני קמה בלילות ובוכה. הפצע הזה אף פעם לא מחלים"

החיים בכפר המוסלמי-שיעי בדרום לבנון, מעטפת הנפץ מהחיזבאללה שפצעה קשות את אביה, הבריחה לישראל והזיכרונות מהכנאפה בילדות: פרח רסלאן פותחת סניף

www.ynet.co.il

 

가게의 주인이자 크나페 케악을 만들어낸 인물이 파라흐 라슬란이다. 이 인물의 존재 자체가 이스라엘 근대 역사이다. 레바논 내전부터 이스라엘 군대 철수까지가 라슬란의 생애를 관통한다. 

 

 

פרח רסלאן | אוכל.תרבות.עיצוב | מטבח דרום לבנוני מסורת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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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레바논에서 핍박 받던 시아파 무슬림 가족이 이스라엘에 망명해 대학 교육을 받고 직업을 얻고 가정을 이루었다는 흔치 않은 이야기다. 

 

올리브 나무로 만든 도마와 주걱도 판매한다. 좀 비싸지만 산 보람이 있다.

 

이게 어떻게 카나페지? 의심이 가는 비주얼이다. 치즈가 풍부하고 설탕 시럽이 사라졌다. 카나페는 이슬람 문학의 대표작 '천일야화'에도 나오는데 아마도 '빵'이란 뜻이 원조일 것이다. 셈어로 보면 크나파임, 날개와 관련된 단어이다. 아랍이 기원인데 이집트보다는 레바논 쪽이다. 현재 최고의 카나페는 팔레스타인의 나블루스다. 

 

그렇지 않아도 변형을 거듭하고 있는 카나페가 크나페 케악이 된 것은 파라흐 라슬란의 삶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결합이라고 할까. 아무튼 최근 핫한 컬리너리 중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무엇보다 카나페가 디저트에서 끼니로 부상했다는 게 포인트다. 달디단 카나페를 쓰디쓴 아랍 커피와 함께 먹으려면 시간이 보통 걸리는 게 아니다. 게다가 설탕 시럽을 들이부었는데도 그다지 포식감이 없다. 라슬란은 이를 보충하기 위해 밀가루 빵, 아슈케나지 유대인이 발굴해낸 베이글을 변형했다. 

 

요즘 이스라엘은 워낙 컬리너리 투어가 유행이다. 라슬란이 사업을 확장한다니 이 긴 줄이 좀 줄어들게 매장이 더 생기면 좋겠다.    

제과 영역으로 건너와 건강을 고려해 개발된 카나페다. 맛은, 카나페 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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