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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변형 교회, 다볼 산

해마다 그레고리력 8월 19일 동방 교회는 예수님의 변모 축일을 기념한다. 율리우스 달력으로 8월 6일, 즉 부활절로부터 14주째 되는 날이다. 두 달력이 13일 차이다. 모든 개혁교회, 특히 칼뱅주의 교회는 일체의 예전으로서 축일을 취소했기 때문에 이날을 기념하지 않는다. 성경은 예수님의 변모 사건이 언제 어디에서 일어났는지 명시하지 않는다. 솔라 스크립투라 정신은 기록되지 않은 내용을 굳이 전승화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성지의 상황은 특수한 면이 있다. 이곳은 인간 예수님이 친히 거닐던 곳이다. 갈릴리 바다에, 나사렛에, 예루살렘에 인간의 흔적을 남기셨으니, 예수님의 변모 사건도 구체적 공간이 있는 게 타당하다. 게다가 이 사건은 그분이 메시아이심을 나타낸 계시로서 삼위일체의 현현이 동반된다. 아무 데나가 아니라 신학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여야 한다. 시간은 어떨까. 326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가 예수 그리스도가 처형된 십자가를 발견한 날이 9월 14일인데 주후 5세기부터 성지의 크리스천들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현양 축일을 지켰다. 그로부터 40일 전에 변모 사건이 일어났다고 본다 (기독교 역사가 200년 된 나라 사람이 성지에서 지키는 날짜를 근거 없다고 하면 안 된다). 주후 9세기 예수님의 변모 사건과 십자가 현양 축일은 긴밀하게 연관되었고 1457년 로마 달력에 기재된다.   

 

타보르 산은 시편에서 구원이 시작되는 장소로 소개된다. 그래서 타보르 산에 예수님의 변모 사건을 기념하는 바실리카가 봉헌된다. 4세기 비잔틴 교회, 12세기 십자군, 1924년 프란체스칸 수도원 단지가 같은 자리에 세워진다. 그리스 정교회도 같은 목적의 기념 교회를 세운다.

이 건물도 안토니오 바를루치 설계다. 남쪽과 북쪽을 향하는 두 탑 아래에 엘리야와 모세를 기념하는 동굴 제단이 있고, 동쪽을 향하는 본당 제단 아래쪽이 예수님의 동굴이다. 베드로 소원대로 세 분을 위한 초막을 세운 셈이다.  

제단 위에 그림을 보면서도 누구에게 속한 제단인지 몰라본다. 솔라 스크립투라가 성경 이야기를 문자 위주로만 전달할 뿐, 이미지화 능력이 떨어진다는 걸 느낀다. 나는 그리스도인은 아트 교육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Church of the Transfiguration에서 금요일 오후 예수님 변모 축일 예배가 열릴 예정이었다. 이곳은 산꼭대기에 있는 관계로 평소에 방문하기 어렵다. 여기 담당 신부님도 솔까 좀 까다로운 분이다. 구불구불 소형차를 타고 산을 올라가게 되어 있는데, 단체는 대형버스를 중턱에 세워놓고 작은 미니버스로 올라가야 한다. 돈도 돈이지만 시간 낭비가 아깝다. 아무튼 이 교회 방문을 별르던 많은 정교회 신자들이 이날 몰렸다. 차량이 대략 1000대였다고 한다. 평소 2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평균 2시간 30분 이상 걸렸다. 차 막히는 것만도 빡치는데, 힘들게 정상에 도착하자 행사가 취소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스라엘 지방 경찰이 산불과 안전 사고의 위험을 이유로 예배가 시작되기 90분 전 행사 취소를 알렸다. 이스라엘에서 대규모 군중 집회는 종교적이든 정치적이든 반드시 공권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예배 신고는 적어도 90일 전에 이뤄졌는데, 달랑 90분 전에 '불가'를 알린 것이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구구한 소문들이 들린다.   

 

공교롭게도 이날 빡친 무리 중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교회 예배를 축하하기 위해 온 WCC 사무총장 Jerry Pillay 목사가 있었다. 덕분에 세계교회협의회 WCC가 8월 23일 성명서를 발표하는데, 이 사건이 "안전 문제를 빙자한 종교 탄압"이라면서 이스라엘을 강력히 비난했다. 세계교회협의회 WCC는 개신교회가 세계교회일치 운동을 위해 1948년 8월 설립한 기관이다. 전 세계 349 교회(이렇게나 많다니)가 가입돼 있고, 정교회, 특히 451년 이단시된 4대 정교회도 정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오히려 카톨릭 교회는 정회원이 아닌데, 복잡한 내막이다. 여기 가입하는 문제로 한국의 주요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가 통합측과 합동측으로 분열한 거다. 쪼개지는 처지에 통합은 뭐고 합동은 뭔가 싶지만. WCC 총회가 한국에서 열릴 때 이단 삼단 울부짖으며 반대하던 분들이 있었다. 교파적 선택을 개인의 신앙으로 환원하는 이상한 태도다. 거기서 그러면서 교회의 연합이 중요하다는 분들 많다. 어쩌자는 건지. 오죽하면 교회 연합이 예수님의 유언이었다. 하나 됨은 인간의 본성과 거리가 멀다.    

 

세계가 전부 나서서 비난해도 이스라엘 정부가 어머 놀래라 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WCC? 언제는 자신들 편이었던 적이 있었냐고 대수롭지 않아 할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이 WCC를 정치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에큐메니칼 포럼(PIEF) 영향이 크다. 2007년 설립된 PIEF는 UN 결의를 따르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점령 자체에 저항한다. 그런 단체가 지역 주민들에게 봉사하며 평화와 정의를 위한 종교 간 대화와 행동을 하는 게 뭐 그렇게 반갑겠나. PIEF가 반유대주의라는 비난조차 거세다. 이스라엘을 대놓고 반대하는 보이콧 단체들과 연결된 조직이 어떻게 중립적이냐는 것이다. 

 

예루살렘 그리스 정교회 총주교 테오필로스 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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