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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 여리고, 텔 에스술탄

이스라엘은 2011년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데 반대했고, 2019년 예루살렘 성지에 대한 유대인의 연결을 약화시키려는 조치를 비난하며 유네스코에서 탈퇴했다. 이번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는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렸다. 회원국은 아니지만 이스라엘은 세계유산협약 당사국이기 때문에, 리야드에 공식 사절단을 보낼 수 있는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2023년 9월 17일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에 팔레스타인의 고대 여리고 인근 유적지를 등재하기로 했다. 팔레스타인이 국가가 아닌데, 그 '나라'의 문화유산? 아무튼 이번 결정으로 팔레스타인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네 군데가 되었다.

  • 베들레헴의 예수 탄생 교회와 순례길
  • 예루살렘 남부 바티르의 테라스 농사 현장
  • 헤브론의 올드시티
  • 여리고

그런데 여리고에 있는 텔을 유대인은 텔 여리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텔 에스술탄이라고 부른다. 유네스코는 두 곳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번에 지명 신청된 유산은 선사시대 고고학 유적지인 텔 에스술탄이란다. 술탄이 언제적 용어인데? 그러면서 또 이런다. "텔 에스술탄의 수천 년에 걸쳐 입증된 후기 역사적 발전은 역사적 관심과 보존의 가치가 있는 풍부한 문화적 맥락을 구성하며 특히 유대교와 기독교 유산을 포함한다. 그러나 이는 제안된 지명의 초점이 아니다”????

 

고고학적 증거도 애매한 곳에 가서 매번 성경 본문으로 현장을 지지하고 오는 입장에서 참 당혹스럽다.   

인당 10셰켈 입장료를 내야 한다. 일단 덥기 때문에 경사진 길을 올라가고 싶은 의욕이 들지 않는다. 다들 촬영에 매진하는 앞부분에 보이는 성벽과 탑은 여호수아 이전 시대이다. 뭐 여기는 고고학이 의미가 없으니까. 그래도 학구열 높은 분들은 돌로 쌓인 성벽을 보고 질문한다. 성경에 분명 여리고 성벽이 tumble down했다는데 왜 굳이 돌로 다시 쌓은 거냐고.  

 

가나안 시대 여리고는 이중 성벽으로 둘러쌓였다. 성벽의 아래쪽은 돌로 쌓아서 지지대 역할을 했다. 그 위에 진흙 벽돌을 쌓아 경계를 만들었다.  

여호수아 6:20은 성벽이 무너지자, 백성이 이를 딛고 올라가 성 안으로 들어갔다고 말한다. 

וַתִּפֹּל הַחוֹמָה תַּחְתֶּיהָ וַיַּעַל הָעָם הָעִירָה אִישׁ נֶגְדּוֹ, וַיִּלְכְּדוּ אֶת-הָעִיר 

간혹 성경은 일부러 이러나 싶게 세세한 기록을 남기는데 이 부분이 그렇다. 주전 13세기 고대 근동에서 쉽고 빨리 성벽을 쌓으려면 진흙 벽돌이어야 한다. 두 겹이나 되게 성벽을 쌓으려면 기술력의 종합이 불가피하다. 돌로 아랫부분을 지탱하고 그 위로는 진흙 벽돌로 빨리 쌓는 것이다. 길가메쉬 서사시에서 길가메쉬는 Uruk의 왕으로서 당시 성벽을 쌓는 귀재였다. 도시의 통치 행위와 성벽은 불가분의 관계였던 것이다. 암튼 이스라엘 백성이 7일 동안 성을 돌고 나팔을 불며 소리를 지르자 성벽이 무너지는데 윗 부분의 진흙 벽돌 벽이 더 많이 무너졌을 것이다. tumble down은 이런 지식을 기반으로 한 영어 의역이다. 히브리어는 그저 fell down이다. 벽돌들이 돌 벽 앞으로 깔리자, 덕분에 백성은 이를 밟고 성 안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진흙 벽돌로 된 벽은 텔 세바에서도 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탑이라고 알려진 곳인데, 갈 때마다 뭐가 바뀐다. 보존을 하는 거겠지? 1958년 캐서린 캐년은 중기 청동기 시대 여리고가 가장 발달했으리라 보았고, 그 증거로 거대한 방어 시스템을 내세웠다. 아무리 빨리도 주전 1550년으로 연대 측정이 된 이 탑은 여호수아가 도착하기 전에 파괴된 것이다. 이 정도 하면 고고학 얘기 그만하라는 불만이 폭주한다. 과학적 사실이 믿음을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믿음이 잘못인가. 그 과학은 무의미한가. 허.  

 

로마 사피엔자 대학이 몇 년 간 생고생하고 밝혀낸 주전 2600년대 궁전 터. 길 건너편이 아인 에스술탄, 우리는 엘리사의 샘으로 믿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여기를 Spring Hill이라 하는데, '봄의 언덕'(텔아비브)이라고 누가 자꾸 헛소문을 낸다. 

 

로마 시대 와인 프레스, 갑자기?

길 건너 술탄 샘에 5셰켈 입장료 내고 들어가는 것보다 여기서 엘리사가 달게 한 여리고 우물에 대해 이야기하기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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