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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텔아비브, Lunel

요즘 텔아비브에서 새로 문을 여는 레스토랑들은 이름부터 희한해야 하는 모양이다. 누가 저걸 루넬로 읽던데, 뤼넬이 맞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의 도시 이름이기 때문이다. 주후 1세기 베스파시아누스가 갈릴리와 유다 땅을 정복할 때, 탈출한 여리고 출신 유대인이 세운 도시다. 그걸 어떻게 아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11-12세기 남쪽으로 스페인, 북쪽으로 프랑스 아슈케나짐을 연결하며 작은 예루살렘으로 번성했다. 라쉬 가문이 이 도시 출신이다. 프로방스 스파마다 유대인들이 넘쳐나는 이유는 이런 역사적 인연 때문이다. 프로방스 출신은 아슈케나짐으로 구분된다. 훗날 북아프리카에서 이주하는 유대인들은 스파라딤이다.   

오랫동안 생일 축하를 비롯한 일체의 파티를 잊고 살았다. 8월의 어느 날, 그동안 생일 지난 사람들 모여 밥이나 먹기로 했다. 모이고 나서 보니, 작년 10월 7일 이후 처음이었다. 

우리 테이블 옆에 작은 니치가 있는데, 그곳에 마치 제단처럼 추모의 공간이 있었다. 노아 축제에서 희생된 사람들이었다. 당시만 해도 노아 아르가마니가 극적으로 구조될 거라 상상도 못했었다. 뤼넬의 쉐프 야논 엘랄과 경영자 오므리 카우프틸은 전쟁이 시작되고 밀루임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 플로렌틴에 새 레스토랑을 열었다. 여기도 레스토랑 경영의 문어발식 확장이 유행이라, 이들도 다른 곳을 경영했거나 현재 겸하고 있다.    

인테리어가 참, 어딘가 프렌치 스타일이다.

뤼넬의 시그니처인 수제 빵과 사시미다. 수제 빵은 버터를 통으로 녹인 것처럼 느끼하고, 날 생선에는 요거트를 더했다. 희한하다. 그래도 프렌치 스타일인 건 알겠다.  

그릴에 구운 야채들. 가격이 소름... 

트히나, 실란, 피스툭, 페타 치즈를 얹은 가지 구이다. 여기도 희한한 요소가 있는데, 장미 추출액이 들어갔다.  

음, 이 식당의 정체성이 묘하다. 슈림프를 삶아 토마토 소스를 얹은 게 이렇게 맛이 없기도 어렵겠다. 버터를 너무 아꼈다. 심장이 예루살렘이라 그런가, 프랑스 퀴진 수준은 아닌 걸로.

적어도 허영은 없는 것 같다. 이 비싼 소고기 필레를 꼬치로 굽다니. 

와인 소스를 쓴 라비올리다. 아스파라거스나 익힌 마늘이 좋았다. 

디저트 크렘뷜레와 치즈케익. 복합적이다. 꽤 많이 먹었는데 유달리 허전했다. 음식만의 문제가 아니긴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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