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광고에 델리 Hymie's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스윙 스테이트 중에서도 최고의 각축장인 필라델피아에서, 다름아닌 유대인이 캐스팅 보트 역할이라는 현실 인식이다. 시작은 미디어 좀 아는 트럼프 진영에서였다. RJC (Republican Jewish Coalition) Victory Fund가 제공한 30초 광고, 제목도 Deli Talk다.
세 명의 등장인물은 배우들이지만 전형적인 유대인 특성을 보여준다. 실제 유대인 배우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아줌마들을 이디쉬어로 Bubbies라고 부르는데, 보베, 즉 할머니라는 뜻이다. 유대인의 초콜릿 케잌 '밥카'도 보베의 것이라는 뜻이다. 보베는 실로, 천하의 망둥이조차 길들일 수 있는 마법의 단어다. 아이고 내 새끼, 엉덩이를 토닥이며 끊임없이 음식을 먹이려 드는 유대인 할머니는, 그지같은 삶에 유일한 기쁨의 원천인 법이다. 치열한 논쟁으로 번지기 일쑤인 유대인 식탁에서, 근엄한 얼굴로 이제 그만 밥 먹으라며 건강부터 챙기는 게 보베다. RJC 광고는, 이런 보베들이 친구들과의 허심탄회한 자리에서 속내를 드러내는, 기가 막히게 jewish스러운 장면을 포착하고 있다. 다른 말 필요없고, 트럼프만이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줄 거란다. 그러면서 아멘으로 건배한다.ㅋ 민주당 지지자인 유대인이라면 매우 기분이 나쁠 것이다. 뭔가 트럼프 진영은, 남을 짜증나게 하는 데 천부적이다.
광고를 찍은 장소 Hymie's는 그렇지 않아도 필라델피아의 유대인 맛집이다.
이에 민주당 해리스도 똑같은 장소에서 광고를 찍었다. 배우가 아닌 실제 인물들이 등장했다. 음, 근데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묘하게 꼰대스럽다. 나는 해리스를 찍을 거라면서 내가 누군데를 과시한다. 그래서 어쩌라고, 싶다. 오바마 때 핫했던 민주당이 아닌 건 확실하다.
Hymie’s에서 칠면조 스페셜을 제일 좋아한다는 인물은 2003-2011 필라델피아의 민주당 주지사 에드 렌델이다. 연어 베이글을 더 좋아한다면서, 트럼프의 광고가 유대인을 고정관념으로 묘사했다고 비판하는 여성은 1993- 2002 펜실베이니아 공화당 하원의원 리타 코헨이다. 자기도 불쾌했다고 맞장구친 여성은 실비 스펙터인데, 할아버지가 오바마의 메디컬 케어를 통과시키는 데 일조한 상원의원 아를렌 스펙터다. 다른 부스에 앉아 있다가 끼어드는 인물은 메리 카운티 공화당의 전 의장 켄 실버다.
민주당 광고는 Patriot Majority USA가 자금을 댔는데, 오바마 시절 세금 인상을 반대했던 공화당의 Tea Pary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정치 행동 위원회란다.
유대인의 표심이 바뀌고 있다는 건 진작부터 나온 말이다. 포퓰리즘으로 망해가는 민주주의의 사례가 하나 더 늘지 않을까. 오랜만에 우리 동네 델리 매상이나 올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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