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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히브리어: 콤비나

2024년 10월 28일, 드디어 모든 명절을 마치고, 이스라엘은 소위 새해 새학기 새분기, 새 출발을 했다. 원래는 그 전날이어야지만, 올해부터 새로 생긴 심핫토라 추모일과 하마스 전쟁 기념일을 엄수하느라 하루 밀렸다. 아무튼 3개월이나 쉬고 돌아온 이스라엘 국회가 겨울 분기를 시작했다. 388일째 하마스 손에 사로잡혀 있는 인질들 가족들이 국회 앞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개회를 선언한 각 위원회마다 이스라엘 현실을 질타하는 비장한 연설들이 쏟아졌다. 

 

 

 

עדי אשכנזי אחרי נאום הזעם בכנסת: ״לא הוזמנתי לוועדה. הגעתי ספונטנית כי

הקומיקאית סיפרה בשיחה עם ynet כי הגיעה באופן לא מתואם, בעקבות קריאה לשחקניות שתומכות במאבק. חברת הכנסת פנינה תמנו שטה, יושבת ראש הוועדה, הודתה ל

www.ynet.co.il

이스라엘 코메디언 아디 아슈케나지. "You are required to give one hundred percent devotion to the country when the country blows you away, how? And I call on all the women of the country, pay attention - we have no voice, not in the government, not in the cabinet. We are meant to cry and be raped. And the few women who are up there, do your job! If you are a woman who managed to go up there, do everything for women, every day."

 

그러나 이번주 이스라엘 국회가 통과시킬 입법안들은 아주 가관이다.

 

네탄야후 총리는 개회 연설에서, 2라운드 이란 공격이 대성공이라며 승리를 다시 강조했다. 이번 전쟁이 일주년을 넘긴 지, 고작 일주일 만에 15명이 넘는 군인이 전사하고 50명 이상이 고아가 됐는데, 그에 관해 일언반구도 없다. 감정을 억누른 냉철한 정치가 흉내를 내는 게 아니라, 원래 감정이 없어 보인다. 인질들 가족들은 네탄야후 총리가 인질 석방에 장애물이라며 인권재판소에 제소했다. 

 

총리의 사패스런 연설이 그리 놀랍지는 않다. 이 나라에서 총리는 국민을 책임지지 않는다. 연설에 무게를 실을 이유가 없다. 미국 대통령 연설과는 다르다. 이 나라 정치는 연설 이후 사무실에서 주로 이뤄진다. 정파간 계산기를 들고 Are we good? 합의하면 그만이다. 국회 겨울 분기의 최고 현안은 다음년도 예산안 통과다. 헌법이 없는 이스라엘은 기본법을 따르는데, 다음년도 예산안은 전년도 11월 1일까지 통과돼야 한다. 최종 합의인 이듬해 3월까지 정치적 합의가 최소 5개월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연정은 돈으로 움직인다. 정부에 들어가 총리가 하라는 대로 하는 이유는, 그걸 빌미로 자기 정파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누구나 그렇지만 하레딤 정파는 더욱 그러하다. 이분들은 국가 성립을 반대한 전력이 있고, 상당수가 여전히 이스라엘 국가 개념을 거부한다. 그러면서 연정 유지를 대가로 야금야금 어마어마한 국가 예산을 뜯어간다. 우파 정부는 이런 하레딤을 붙들기 위해 국민의 평등권에 저해가 되는데도 눈을 감고 기본법을 우회하려 든다. 

 

1947년 이후 하레딤 정파는 토라 학교, 즉 예쉬바에서 공부하는 청년들(대략 18세 이상)의 군 면제를 보장받았다. Status quo다. 당시 전체 유대인 인구가 70만 명이었고, 너무 인구가 적다 보니 48년 전쟁에서 여성과 노인조차 전투에 참여해야 했다. 그래도 벤구리온은 홀로코스트를 겪으며 절멸한 하레딤과 하시딤을 보호해야 한다는 도덕적 책무를 느꼈다. 어쨌든 그때 기준으로 면제 대상자는 400명 정도였다.   

 

 

 

벤구리온 vs 아구닷이스라엘, Status Quo

유럽에서 근대국가 건설에 성공한 부르조아는 이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두 가지 전제를 발전시킨다. 왕이 없어진 이상 나라를 운영하려면 세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나라의 동량이 될 새로

jy4kids.tistory.com

 

70년 세월이 흐르자. 하레딤과 하시딤 인구는 대폭발했다. 조만간 이스라엘 유대인 인구에서 3명 중 1명이 하레딤이 될 전망이다. 병역 의무 해당자는 400명이 아니라 6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병역 면제를 받을 권리가 있고, 이를 방해하면 종교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란 같은 신정일치국가가 아니다. 소위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국가인데, 그런 나라에서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를 깨뜨리는 특정 집단 병역 면제가 무슨 수로 합법이겠나. 그래서 이스라엘 정부는 하레딤의 병역 면제를 보장하기 위해 각종 tricks을 사용해 왔다. 이렇게 잔머리로 돌려막는 정책을 히브리어는 콤비나 קומבינה라고 한다. 

 

이 단어의 유래와 관련해서 여러 이론이 있는데, 가장 그럴 듯한 건, 1928년 소련에서 출간된 책 <12개의 의자>이다. 일리아 일프(유대계)와 예브게니 페트로브 듀오가 쓴 풍자 소설로, 혁명 이전 귀족 친척이 의자에 숨겨둔 보석을 찾기 위해 주인공이 온갖 고초를 겪는 줄거리다. 소련 정부에서 일할 준비는 되지 않았으면서, 관료제를 속여 불법적으로 수백만 달러를 벌 방법을 찾고 있는 사기꾼을 정형화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하기 위해 동원하는 수학적 조합, combination에서 콤비나가 비롯됐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말, 이스라엘 국회는 하레딤의 병역 면제를 가능하게 만들던 기존 조치를 연장하지 못했다. 2년에 한번씩 연장해야 하는데, 전쟁중인 나라에 그런 수작이 통하겠나. 하지만 이게 연장되지 않으면 무슨 일이 발생할지 대비한 기관도 없었다. 어떻게 되겠지 하면서 책임을 미루는 게 장기들이니. 병역 면제 연장을 받지 못하게 된, 병역 대상자 중에는 예쉬바 학생만 있는 게 아니다. 결혼해서 자녀를 두고도 토라 공부를 핑계로 군대를 안 간 분들이 수두룩하다. 물론 일도 하지 않는다. 이런 젊은 애기 아빠들을 아브레흐אברך라고 부르는데, 창세기 41장에서 요셉이 바로에게 받은 애굽 내 관직을 뜻하는 용어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지혜가 출중한 인물을 뜻하는 용어로 통한다. 

 

토라와 탈무드 공부는 쉬운 게 아니다. 제대로 마스터했다면 진심 천재로 숭상받을 만하다. 유대교는 천재를 알아보는 데 대단히 민감한 종교고, 특히 그 떡잎부터 가리는 걸 선호한다. 데릴사위제가 생긴 것도 가난한 집안의 천재를 데려다 랍비로 키우기 위한 욕심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존경받는 (부귀영화는 덤이고) 지위다 보니, 천재가 아닌데도 그 공부를 계속하는 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고시 공부 10년 넘게 하는 건 막는 게 옳다. 탈무드는 토라 마스터를 숭상하긴 해도, 그걸로 입에 풀칠하는 건 경멸했다. 람밤도 밥벌이를 못하는 학자를 꾸짖는다. 아브레흐는 원래는 노동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성숙한 총기로 토라를 공부하는 애기 아빠들을 가리켰다. 그런데 번번히 랍비 고시에 떨어지면서 아내가 벌어오는 쥐꼬리만한 월급과 자녀를 위한 국가 보조금에 기대 사는 분들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1948년 유대인 국가가 세워지자, 하레딤은 이 국가가 메시아를 섬기는 나귀라는 걸 알아챘다.

 

국가가 복지라는 이름으로 국민에게 베푸는 혜택에 눈을 뜬 것이다. 여성의 미덕을 자녀 출산으로 규정하는 만큼 이들은 제한없이 자녀를 낳았다. 그리고 자녀 수당을 핑계로 국가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노동당 정부는 5번째 자녀부터는 지원금을 제한하는 등, 상식적인 선에서 국가 보조금을 조율하고자 했다. 1977년 최초의 우파 정부가 탄생한다. 므나헴 베긴이다. '차흐체힘'으로 통칭되는, 미즈라힘의 자격지심을 건들어 끌어낸 지지였다. 나라를 건국했다며 모든 이권을 독식한 아슈케나짐에 대한 반동이었다. 므나헴 베긴은 기꺼이 하레딤 정파에게 노동당 정부가 부과한 모든 제약을 벗겨준다. 자녀가 열 명이라도 모든 복지 혜택을 받게 된다. 원래 시민 양성의 수단으로, 납세자를 양성할 목적인 국가 의무 교육을 하레딤 육성의 도구로 바친다. 이에 화답한 하레딤은 오직 우파 정부에만 동참한다는 원칙을 세운다. 

 

하레딤 정파는 예쉬바 학생의 병역 면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 예산안 통과를 거부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러면 연정은 무너지고, 이 나라는 선거에 돌입해야 한다. 10월 7일 안보 실책에도 하지 않은 선거를 군대 안 가겠다는 이들 때문에 하게 될 수도 있다. 네탄야후 총리는 다 계획이 있다. 콤비나를 동원해서 11월 1일 예산안 통과를 밀어부치겠단다. 

 

토라(법)에 정통한 이들이라, 그럴 듯한 콤비나를 짜냈다. 아브레흐의 아내가 일하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일하는 엄마를 위해 국가는 유아 종일반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국가 보조금은 현행법을 어긴 이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병역을 이행하지 않고, 일자리도 없는 아브레흐의 자녀를 국가가 지원하는 종일반에 보낼 수 없다. 그래서 11월 말까지 3개월간 국가가 종일반 보조금을 지불하는 임시방편을 마련했었다. 여기에는 법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러니 일하는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란다. 부모 중 한 명만 일해도 종일반에 보낼 수 있게 하란다.

 

하레딤이 여성의 권리를 운운하는 참 아름다운 시절이다.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병역 문제는 정치가 아니라 도덕이라고 말했다. 총리는 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역시 일언반구도 없다.   

 

하레딤이 병역을 원치 않는 이유로 코셔 때문이라느니, 여성과 한 공간에 있기 때문이라느니 많은 핑계가 있었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 이런 핑계는 허울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를 위한 헌신은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한 미덕이다. 그런 교육을 받지 않는 사람이라면 절대 가질 수 없는 경지의 마음가짐이다. 이스라엘은 군대 조직을 터부시하는 15%의 인구를 상대하는 게 아니다. 공동체 인식이라고는 없는, 국가를 봉으로 여기는 이기적이고 반사회적인 집단을 헛된 희망으로 부양하는 중이다. 그래서 유발 하라리도 말했다시피, 제정신 가진 50만 명 이상이 이 나라를 뜰 수도 있다. 

 

"국방부가 하레딤과 한통속이다!"

아마도 변수는 여성이 될 것이다. 가자 지상전 이후 850명 이상이 전사했는데, 그들에게는 모두 어머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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