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ed

초막절, 동네 수카 구경 초막절을 앞두고 수카를 세우느라 분주한 동네를 산책한다. 종교인 동네를 자진해서 찾는 유일한 날이다. 올해는 유난히 무난하다. 휴일이 길어서 모든 준비가 여유롭기 때문이다. 그래도 명절 음식 장만하느라 주방마다 전쟁일 것이다. 수카를 위한 최적의 장소, 자기 집 정원. 여기서 8일 동안 밥을 먹어야 한다. 잠도 자야 하지만 그건, 다들 패스. 아파트면 베란다를 활용한다. 연립 주택은 서로 지붕을 막으면 안 된다. 종교인에게 임대할 생각이라면 건물을 지을 때부터 염두해 두어야 한다. 베란다가 큰 경우 이렇게 걸쳐도 된다. 하늘로 트여 있어야 할 일정 공간만 보장하면 된다. 자신이 집주인이라면 처음부터 영구적인 수카 공간을 마련할 수도 있다. 품위있는 종교 생활에는 돈이 든다. 창의적이다. 공용 주택의 짜투.. 더보기
초막절, 네 가지 식물 아버지의 빡침이 느껴진다. 아들아, 말 좀 들어라ㅋ. 그래도 종교적으로 하자는 없다. 아들은 즐겁기 때문이다. 유대인 종교인 남성은 수콧에 또 하나의 미츠바 규례가 있다. 네 식물을 들고 기뻐해야 한다. 레위기 23장에 나온다. וּלְקַחְתֶּם לָכֶם בַּיּוֹם הָרִאשׁוֹן, פְּרִי עֵץ הָדָר כַּפֹּת תְּמָרִים, וַעֲנַף עֵץ-עָבֹת, וְעַרְבֵי-נָחַל; וּשְׂמַחְתֶּם, לִפְנֵי יְהוָה אֱלֹהֵיכֶם--שִׁבְעַת יָמִים 첫날 가져와라: 근사한 나무 열매, 카폿 트마림=야자나무 가지, 두꺼운 나무 가지(?), 강가의 버들. 그리고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7일 간 기뻐하라. 네 종류의 식물을 가져오는 .. 더보기
초막절, 수카 만들기 욤키푸르가 끝나면, 일단 밥을 먹어야 한다. 과식을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다면 이미 늦었다. 너무 배가 부르다. 기분만 그렇지 하루 굶었으니 살은 안 찐다. 암튼 그래서 수카를 만들기로 한다. 사람 사는 거 똑같다. 욤키푸르가 지나고 그날 밤부터 이스라엘 사람들이 수카를 짓는 건 이런 맥락이 아닐까. 뼈대, 구조 일 년 동안 보관해 온 수카 도구를 꺼낸다. 수카를 수카로 만드는 것은 지붕에 덮는 스하하(나무 가지들)이기 때문에 그것만 매년 교체하고 뼈대는 그대로 사용한다. 기둥들로 네 벽을 세우고 천을 두르는 것이다. 건물의 한 쪽 면을 사용해서 세 벽만 세우는 경우도 많지만, 그럼 멋이 덜하다. 물론 종교인들은 멋을 따져서 코셔 수카를 세우는 건 아니다. 수카를 지어야 하는 이유는 레위기 23장에 나온다.. 더보기
욤키푸르와 회당 욤키푸르는 오랜 세월 유대교가 제의적으로 극강의 정성을 기울여 다듬어온 절기이다. 일몰부터 시작해서 다음날 일몰까지 이어지는 모든 순간이 철저히 계산되었다. 현대 종교는 간편해지는 특징이 있다지만 종교가 형식을 떠나는 것은 적어도 유대교에서는 불가능하다. 신을 향한 인간의 간절함이 왜 공동체적 특징을 갖게 됐는지, 왜 신을 부르기 위해 예배자 각자에게 역할이 주어지는지, 욤키푸르 제의에 들어 있는 상징과 절차는 음미해볼 가치가 있다. 일몰과 함께 금식이다. 공항과 역과 터미널 모든 교통의 흐름이 끊긴다. 정규 방송도 사라진다. 재방송? 케이블을 볼 사람은 볼 수도 있겠다. 어린이의 금식은 부모의 종교 상태가 결정하지만 13살 이후는 스스로 금식을 선택할 수 있다. 세속인 어린이들은 저녁을 먹고 도로에서 .. 더보기
욤키푸르와 금식 대부분 금식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금식을 해야겠다고 결심할 때 그냥 하는 거지, 그게 내 몸에 미칠 영양학적 피해를 고려해 본 적은 없다. 그런데 이스라엘에서 금식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데 공감하게 됐다. 이 덥고 건조한 나라에서 물까지 끊는 금식이 건강에 영향을 안 미칠 수가 없는 것이다. 금식 전의 주의사항 금식 시작 24시간 전부터 물을 정말 많이 마신다. 2리터는 마시는 것 같다. 평소 잘 안 먹는 탄수화물, 빵, 파스타, 고구마를 많이 먹는다. 체내에 글리코겐을 채워야 한다. 맵고 짜고 튀긴 음식은 안 된다. 갈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콩, 무,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같은 채소류는 복부 팽만감을 유발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탄산음료는 팽만감을 주기 때문에 안 된다. 금식을 끝낼 때 주의사항 실.. 더보기
로쉬 하샤나, 브레슬레브 로쉬 하샤나를 보낸 이스라엘이 일단 일상으로 복귀했다. 곧 욤키푸르, 대속죄일이 다가오지만 그때까지 회사도 가고, 학교도 가야 한다. 그런데 수백 명의 이스라엘 사람이 우크라이나-폴란드 국경에 갇혀서,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이게 무슨 일일까. 이스라엘 하시딤 중에 브레슬레브 종파는 해마다 로쉬 하사냐에 우크라이나 우만에 있는 그들의 랍비 나아만의 무덤을 방문한다. 랍비가 1810년 돌아가시면서 로쉬 하샤나 때 내 무덤에 찾아와 시편을 읽으면 복을 몇 배나 더 받는다고 했고, 그걸 믿기 때문이다. 모든 게 정상이던 시절에는 종교와 이동의 자유가 있는데 뭘 하든 상관할 필요가 없었다. 문제는 현재 우크라이나는 전쟁중이고, 러시아가 자그만치 30만 명이나 예비군을 소집한 상황이라는 점.. 더보기
로쉬 하샤나와 그다랴 금식 예레미야 선지자는 책의 첫머리부터 울기 시작하지만, 그의 울음이 대략 통곡으로 변하는 지점이 39장부터이다. 40장에서 그는 목소리조차 쉰 것 같지만 42장에서 마지막 사력을 다한 절규를 쏟아놓는다. 하지만 오만한 자들은 그 절규를 거짓으로 매도한다. 이 부분에서 예레미야는 눈물을 닦았을 것 같다. 마지막 소망이 될 수도 있었을 백성의 지도자들이 하나님의 목소리에 순종치 않는 모리배들인데, 뭘 더 할 수 있겠나. 기원전 586년 아브 월 (7-8월) 바빌론 왕 느부갓네살은 예루살렘을 멸망시키고, Yehud 지방의 총독을 임명한다. 유다 왕실에서 서기관으로 일했던 사반의 손자, 아히감의 아들, 그다랴였다. 왜 그가 선택됐을까? 서기관 집안이므로 문자를 알았을 것이다. 바벨론 제국의 공식 문서인 아카드어와 .. 더보기
로쉬 하샤나, 쇼파르 쇼파르는 유대교의 거룩한 날 부는, 주로 수양(איל)의 뿔로 만든 나팔이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소뿔 모양이 훨씬 근사하다. 그래도 수양의 뿔을 사용하는 건 아케다 때 이삭을 대체한 게 수양이었기 때문이다. 뿔도 뼈 성분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원래는 속이 꽉 채워져 있다. 그걸 빼내고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관악기를 어려워하지 않는 편인데 쇼파르는 소리 내는 법을 배우다가 저 세상 고통을 느꼈다. 히브리어 성경에는 떼짐승과 관련된 용어들이 꼬리를 물고 나온다. ewe (כבשה=רחל) + ram (איל) > lamb (שה) goat (עז) + billy goat (תיש) > kid (גדי) Gazelle (צבי) Ibex (יעל) : 산염소이고 암컷과 수컷 공히 야엘이다. 이스라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