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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ed

가나안 7작물 신명기 8장 8절은 아름다운 약속의 땅에서 자라는 7대 작물을 소개한다. 밀과 보리, 포도와 무화과와 석류와 감람나무와 꿀이다. 우리말은 그냥 쭉 나열을 해 놓았지만 히브리어는 이들을 네 가지로 분류한다. 밀과 보리(곡류, 추수), 포도와 무화과와 석류(따는 과실), 감람나무(=올리브, 떠는 과실), 꿀(??? 꿀은 가공식품인데?) 밀과 보리는 봄철에 추수한다. 보리는 유월절 경, 밀은 칠칠절 전이다. 수확의 방법은 서 있는 곡식단을 낫 같은 것으로 베기 때문에 카찌르(קציר)라고 부른다. 짧게 만든다는 의미이다. 포도와 무화과와 석류는 여름철 과실수에서 익은 열매를 따는 건데, 포도는 바찌르(בציר), 무화과는 아리야(אריה), 석류는 카티프(קטיף)라고 부른다. 행위가 같은데 왜 동사가 다른지.. 더보기
킨네렛, 샤하릿 기도 이스라엘의 생명줄 갈릴리 바다, 히브리어로 킨네렛이다. 다윗이 연주하던 악기 이름이 킨노르인데, 그 악기 모양을 닮았다는 뜻이다. 우리 예수님의 공생애에서 너무나 중요한 곳이라 촬영을 많이 가는데, 도무지 사진발을 안 받는다. 킨네렛을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는 나의 극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전망대에 텐트를 치고 밤을 샜다. 설마, 일출 때는 뭔가 다르겠지. 내가 가진 지형학적 지식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딱 봐도 알겠지만 갈릴리 바다의 해수면은 매우 낮다. 해발 -210 가량이다. -215로 기억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로부터 -209까지 떨어졌다. 작년과 올해 비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오면서 해수면이 조금 올랐다. 어쨌든 담수호로서는 가장 저지대이다. 이보다 낮은 해수면은 전 세계에서 염호인 사해가 유일.. 더보기
Shabbat, עונג שבת, 이사야 58 토라는 여러 군데에서 샤밧의 의무를 명령한다. 그런데 샤밧의 속성, 샤밧의 본질을 다루는 본문은 역시 이사야서다. 진정한 금식의 정의로도 유명한 본문이다. 이사야 58장 וקראת לשבת עונג 네가 샤밧을 오네그라 부르리라 אז תתענג על יהוה 그러면 네가 여호와에게서 즐거움을 얻으리라 오네그라는 단어가 처음에는 명사로, 다음에는 재귀용법 동사로 사용되었다. 오네그는 즐거움을 가리키는 단어다. 샤밧의 오네그란 무엇일까. 당연히 우리가 생각하는 즐거움과는 거리가 있다. 유대교는 위의 성경 본문을 근거로 이런 해석을 내놓는다. "샤밧 식사에 선별된 음식을 먹고 마시는 행위, 따라서 샤밧에는 금식해서는 안 된다." 유대인들이 금요일 저녁, 샤밧 식사를 갖는 게 이 때문이다 먹는 거 빼면 남는 게.. 더보기
욤키푸르, 카파롯 나는 아직도 욤키푸르를 잘 모르겠다. 종교인들이야 하던 대로 하면서 이날을 좀 더 빡세게 보내는 거니까 그러려니 한다. 어차피 이들의 삶의 방식을 범인이 이해할 필요는 없으니까. 일 년 내내 아무런 종교활동을 하지 않고, 심지어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확신도 없는 세속인 유대인들이 의아하다. 욤키푸르에 상당수의 세속인들이 회당을 찾아가 유대교 열 순교자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읽으며 눈물을 흘린다. 딩연히 금식도 한다. 왜 이날만, 갑자기 존재의 이유가 달라진 것처럼, 아무 갈등 없이 (종교적인 내러티브에서)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것인가. 더 깨는 것은, 그다음 날 조금의 여운도 없이 완전히 세속인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토록 종교적인 행위에 자신의 본질이 변화되지 않는데도 참여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보기
로쉬 하샤나, 타슐리흐 히브리력에서 תשפ''ג (aka 2023년)은 9월 26일부터 시작된다. 새해의 첫날을 히브리어는 로쉬 하샤나, 한 해의 시작이라고 부른다. 티슈레이 월 첫째 날이다. 이미 한 달 전인 엘룰 월부터 시작되는 전체 40일 간의 회개의 시간에서 최정점에 달하는 야밈 노라임의 시작이기도 하다. 회개는 하나님의 은총을 간구하는 촉구와 함께 이뤄지는데, 그 상징이 쇼파르이다. 양의 뿔로 만든 나팔, 그래서 성경은 이날을 나팔절이라고도 한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믿음을 시험하신 아케다 사건(창 22장)에서 그의 자손들을 절대로 멸망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주셨다. 쇼파르는 하나님께 그 기억을 촉구하는 것이다. 유대교에 대한 복잡한 심정에도 불구하고, 로쉬 하샤나의 쇼파르 소리를 듣고 있으면 인간과 하나님의 관계성에.. 더보기
히브리력 출애굽기 12장, 드디어 애굽을 탈출하게 된 이스라엘 백성은 일 년의 시작을 '이 달'로 바꾸라는 명령을 받는다. 갑자기? הַחֹדֶשׁ הַזֶּה לָכֶם, רֹאשׁ חֳדָשִׁים: רִאשׁוֹן הוּא לָכֶם, לְחָדְשֵׁי הַשָּׁנָה 이 달이 너희에게 달들의 첫째, 한 해 달들의 첫째이다. 이 달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데, 비슷한 내용을 반복하는 출애굽기 13장에서는 이 달이 '아빕' 월이었다는 게 밝혀진다. 하지만 아빕 월은 가나안 달력이다. 열왕기상 6장에서 성전 건축을 시작하는 달 시브 월(둘째 달, זו 히브리어 발음은 지브), 성전 건축이 끝나는 불 월(여덟째 달, בול), 열왕기상 8장에서 언약궤를 옮기는 에다님 월(일곱째 달, אתנים)도 가나안 달력의 .. 더보기
이스라엘의 가을 신호 우리의 입추는 8월 초순이고, 여기서 45일쯤 지나면 일평균 기온이 20도 이상으로 다시 오르지 않는 추분이 온다. 가을은 그때부터가 제대로다. 이스라엘은 우리나라 24절기 같은 것은 없지만 가을이 왔다는 신호는 분명하다. 바로 이 식물 때문이다. 이름이 חצב 하짜브이다. 이 하얀색 꽃이 길게 올라오기 시작하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아~ 가을이구나 느낀다. 가을을 느낀다고 별수 있나 싶지만, 이 짧은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노력은 치열하다. 샤밧마다 트래킹을 나서는 사람들로 전국이 들썩거리기 때문이다. 길보아 산과 해안평야들은 이 시기에 그야말로 핫스팟이다. 그런데 왜 하필 이름이 하짜브일까. 하짜브는 땅을 파서 돌을 캐는 채석장의 활동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이 건조한 땅에서 물을 찾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