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레너드 번스타인, 영화 마에스트로 레너드 번스타인의 생애를 다룬 영화 Maestro의 예고편이 나왔다. 번스타인 정도의 인물이 이제서야 영화화되는 것은 어쨌든 구린 면이 많아서다. 마침 친딸 제이미가 2018년 번스타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필터 없이 살다간 아버지 인생을 책으로 냈다. 영화의 방향성은 있어야 하니까. 감독과 주연을 겸한 쿠퍼는 영리하게도 번스타인의 아내 펠리샤에게 초점을 둔 것 같다. 펠리샤 마리아 콘 몬테알레그레는 코스타리카에서 태어나 칠레에서 카톨릭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제사장 코헨을 뜻하는 Cohn은 아버지쪽 성이다. 부계가 유대인이라도 할라하에 따르면 유대인이 아니다. 두 사람은 칠레 출신의 피아니스트 클라우디오 아라우의 파티에서 만나 1946년 약혼했고 다음해 번스타인의 성적 정체성 때문에 파혼한다. .. 더보기
이레네우스 1세 엠마누엘 스코펠리테스(1939-2023), 혹은 이레네우스 1세는 2001-2005년 예루살렘 그리스 정교회의 제140대 총대주교였다. "예루살렘과 온 팔레스타인, 시리아, 요르단, 갈릴리 가나 및 거룩한 시온의 총대주교"로 불린다. 그리스 사모스 섬에서 태어나, 14살부터 예루살렘에 거주했다. 보통 종신제인 직임에서 해임된 이유는 예루살렘의 올드 시티에 있는 정교회 재산 3군데를 유대교 극우집단 Ateret Cohanim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아테레트 코하님은 과거 동예루살렘 지역을 유대화하기 위해 전 세계 종교 유대인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영토와 건물을 매입해 예쉬바로 만들고 있다. 이 지역은 대부분의 거주민이 팔레스타인 사람이고 미래의 팔레스타인 국가 수도가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미리 차단하자는.. 더보기
스기하라 지우네, 일본인 쉰들러의 진실 최근 몇 년 간, 보다 정확히는 도쿄 올림픽 전후로 스기하라 지우네(국립국어원 표기는 참 중구난방이다)는 유태인을 구한 홀로코스트 영웅으로 떠올랐다. 도쿄의 교육위원회가 2018년 발행한 "(학생들의) 일본인으로서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선조들의 뛰어난 업적"을 담은 유인물 대부분이 스기하라에 관한 내용이다. 1939-1940년 리투아니아 주재 일본 외교관이었던 스기하라가 1940년 유럽을 탈출하려는 유태인들에게 비자를 발급해 수천 명의 생명을 구했다는 것이다. 그 시절 나치의 연맹이었던 일본은 이제 와서 희한할 만치 유대인과의 연대에 힘을 쏟는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를 내세워 같은 희생양으로 그려지길 바라는 것 같다. 전 세계 사랑받는 일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집착 같기도 하고. 2209.. 더보기
예루살렘 추기경 임명 카톨릭 교회가 예루살렘 대주교 Pierbattista Pizzaballa를 추기경으로 임명했다는 소식이다. 올해 9월 30일 열리는 consistory에서 공식 임명될 예정이다. 피자발라 현 총주교는 이탈리아 북부의 Cologno al Serio에서 1965년 태어났다. 19세에 공부를 마치고 수도원에 들어갔다. 1990년에 이스라엘에 왔고 몇 년 후 히브리어를 공부하면서 성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정교회와 유대교 지도자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교류하고 있다. 예루살렘이 역사상 최초로 추기경을 갖게 된 것은 카톨릭 교회가 예루살렘의 위상을 높이려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과정을 지원하려는 교황의 바람을 반영한다. 그래도 추기경까지나? 추기경은 차기 교황 선출에도 참여한다. 현 교황.. 더보기
네탄야후 총리는 뭘 바라나 드디어 오늘이다. 2023년 7월 24일. 올해 1월 초부터 29주 동안 끌어온 이스라엘의 사법개혁안이 법제화되는 날이다. 그동안 정부는 한다고, 반대측에서는 하지 말라고 29주 간 씨름해 오면서 천사 같은 말만 오가진 않았다. 원래 싸움이 길어지면 안 되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박근혜 정부 퇴진 운동은 23주였다. 우리는 충분할 만큼 쪼개졌고 서로에게 등을 돌리지 않았나. 이스라엘 국회의원이 연설을 하다 말고 울음을 터트렸다. 이 백성이 이렇게까지 극렬히 쪼개진 것은 2차 성전 붕괴 이후 처음이란다. 마침 다가오는 수요일 저녁부터 그 멸망의 참사를 기념하는 티샤베아브다. 그때 주후 70년 여름, 유대인은 하나되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없.. 더보기
크리스 프룸, 이스라엘 내셔널 트레일 우리나라는 몸을 매개로 치열한 정신 싸움을 하는 스포츠에 특이할 만큼 무심하다. 테니스와 사이클이 대표적이다. 몸을 쓸 거면 복싱을 하고 정신을 아작낼 것 같으면 바둑을 두면 되는데 왜 저러나 싶다. 유럽 사람들이 이 두 스포츠를 특이하게 애호한다는 건 뭘 말해주는 걸까. 매년 7월 윔블던과 TDF가 열린다. 몸이 부서져라 뛰어다니다 결국 멘탈이 나가버리는 선수들을 보았다. 저건 고문인데. 오늘, 7월 23일, 110회 Tour de France가 샹젤리제 스테이지 21로 막을 내린다. 그린 저지는 야스퍼 필립슨이 확실하고, 엘로우 저지 우승자는 빙예르 아니면 포가차르겠지. 여기 참여한 이스라엘 사이클링 팀이 있는데, 그게 더 신기하다. 그 역사를 좀 더듬어보자면 이러하다. 2018년 Giro d'Ita.. 더보기
이스라엘 일러스트레이션의 역사 최근에 책방에 잘 안 간다. 재미가 없다. 전에는 안 그랬다. 모든 편집인이 영혼을 팔아 제목을 뽑았는지, 히브리어 타이틀이 전부 너무 대단했다. 여기에 이런 단어를 쓰는구나, 그렇게 히브리어 공부를 했다. 그 다음에 어린이책 코너로 가서 일러스트를 보았다. 히브리 어린이 문학 자체도 대단하지만 이스라엘의 일러스트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런 책은 한국에 소개하면 좋겠다, 찍어놓곤 했다. 그림책의 세계는 잔인할 만큼 인구 비례다. 제작비에서 상당한 고정비를 차지하는 일러스트를 사용해 3천 부 카피가 고작이라면 수지를 맞추기는 불가능하다. 이스라엘은 1쇄 천 부 찍는 게 고작이다. 히브리어 시장이 그렇게 작다. 유발 하라리 책도 영어판이 대박 안 났으면 3부작 못 채웠다. 그런데도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일러.. 더보기
이스라엘 군대의 작은 왕자 이스라엘 정부의 사법 개혁안이 법제화 단계에 들어갔다. 이번을 놓치면 다시 안 올 기회라고 여기는지 필사적이다. 반대하는 사람들도 만찬가지다. 27주째 텔아비브에 시위대가 모였는데 16만 명이나 된다. 이쪽도 저쪽도 끝장을 보는 성격들이다. 역사적으로 유대인은 대개 그랬다. 공동 자멸할지언정 다른 견해와 타협하지 않는다. 텔아비브 시위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매주 다른 주제의 플랭카드를 마련한다. 매주 쟁점이 되는 사안이 워낙 다르긴 한데, 매번 그 사안을 표현해 내는 문학적 예술적 수준이 대단하다. 모든 시위는 그 행위 자체로 이념적이지만 카플란 광장의 펀치라인은 매번 심오한 언어적 자극을 준다. "הנסיך הקטן מפלוגה ב" 이 중대의 작은 왕자라니..! "이 중대의 작은 왕자"는 요나탄 게펜이.. 더보기